고풍 세태 장편소설
눈이 문턱까지
쿠우지 · AI 창작 · 4551 자 · 약 12 분
아쑤이는 소금 단지를 대바구니에 넣었다가 다시 꺼냈다. 단지 아가리에 가느다란 금이 가 있었다. 천으로 싸면 자리를 조금 더 차지하고, 싸지 않자니 아들이 새로 얻은 셋방에 깨진 사기 조각만 한 바구니 들고 가게 될까 봐 걱정이었다. 아쑤이는 잠시 단지를 바라보다가 먼저 쌀을 반 바가지 떴다. 쌀이 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황더우가 오늘도 제 몫 한 입이 있으리라 여기고 문 뒤에서 천천히 기어 나왔다.
아궁이에 불이 붙자마자 솥 가장자리에서 하얀 김이 올랐다. 아쑤이는 발로 낮은 걸상을 조금 가까이 끌고, 두 손으로 무릎을 누른 채 차갑게 욱신거리는 통증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문밖 채소밭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푸성귀 몇 포기만 남았다. 서리가 잎 가장자리를 해진 실이 한 바퀴 둘린 듯 말아 놓았다. 어제 따려다가 하루만 더 두면 한 입쯤은 더 자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여기 있었다면 그 한 입이 없다고 대체 뭐가 달라지느냐고 물었을 터였다.
아쑤이에게 아쉬운 건 채소 한 입이 아니었다. 떠날 때 무엇을 다 마쳤다고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장 위의 낡은 천 꾸러미에는 죽은 남편이 쓰던 먹줄이 들어 있었다. 줄은 진작 삭아 툭 끊어질 듯했고 먹도 딱딱해 눌러 봐야 색이 묻어나지 않았지만, 아쑤이는 여전히 그것을 내려 먼지를 몇 번 털었다. 그 옆에는 아쑤이가 막 삼은 짚신 두 켤레가 있었다. 바닥이 촘촘해서 신으면 발에 배길 터였다. 읍내에 가져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도 싶었지만, 읍내에 가서도 산길을 걸을 셈이냐고 아들이 웃을까 싶었다.
류 아주머니가 들어왔을 때 아쑤이는 짚신을 천으로 싸고 있었다. 황더우는 발소리를 알아듣고 고개만 든 채 꼬리로 바닥을 두어 번 쓸었다. 류 아주머니는 솥을 보자마자 자기가 올 줄 미리 알았다며 쌀까지 넉넉히 넣었다고 했다. 아쑤이는 그게 아니고, 더 넣었다면 아들 몫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두 번째 그릇을 꺼내 걸쭉한 죽을 반 그릇 떠 주고, 자기는 솥 바닥에 남은 묽은 것을 두었다.
류 아주머니는 그 사발을 받지 않고 국자로 절반을 도로 떠 넣었다. 두 번이나 서로 미루다가 아주머니는 아예 선 채로 먹기 시작했다. 더 미루면 자기가 가져온 아침을 먹는 셈이 되겠다고 했다. 아쑤이는 남의 집에 와 죽을 얻어먹으려 든다고 웃으며 나무라고는 앉으라 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야 아쑤이는 조금 전까지 줄곧 등에 힘을 주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몸을 반듯이 하고 앉고 나니 이 방에서 겨울 하나를 또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류 아주머니는 굵은 삼밧줄 한 묶음을 가져왔다. 작년에 장작을 묶고 남은 것이니 나뭇조각이 붙었다고 싫어하지 말라고 했다. 허리춤의 열쇠 꾸러미가 사발 가장자리에 부딪쳐 맑고 또렷한 소리를 냈다. 아쑤이가 차양간 열쇠도 가져왔느냐고 묻자 류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달에 고친 지붕이 벌써 두 차례 비를 견뎠으니, 오늘 정말 눈이 오면 새는지 보기에 딱 좋겠다고 했다. 아무 일도 아닌 듯 말하면서도 손으로 허리춤의 가장 긴 열쇠를 한번 꼭 쥐었다.
찻집이 문을 닫은 지 두 해가 지났어도 류 아주머니는 장에 갈 때마다 들어가 발을 쉬었다. 아들은 긴 걸상을 기름 가게로 옮겨 달라고 했다. 그녀는 몇 번이나 그러마 하고 몇 번이나 잊었다. 아쑤이는 잊은 게 아님을 알아 굳이 일깨우지 않았다. 류 아주머니는 그릇 바닥을 긁으며 봄이 오면 차를 조금 다시 끓여 볼까 한다고 했다. 성에서 오는 손님은 새 차 맛을 알아보는데, 자신은 큰 주전자로 끓이는 연한 차밖에 팔 줄 모르니 아직 마실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목마르면 마시지.” 아쑤이가 재빨리 답했다. “게다가 우리 선이도 이제 성안에서 지내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다 가게 하는 사람들이잖아. 어느 집 문을 고쳐 줬으면 그 집에서야 당연히 알아보겠지.”
류 아주머니가 눈을 들고 웃었다. 아쑤이도 웃었다. 그러고 나니 문득 아들이 요즘 일을 어떻게 하는지 두어 마디 더 물어봐 주기를 바랐는데, 류 아주머니는 하필 이 신 두 켤레를 개가 물어뜯게 남겨 두는 거냐고만 물었다. 그녀는 천 보따리를 단단히 여몄다. 방금 한 말이 다 짐작이었다고는 하지 않았다. 쉬선은 돌아오면 언제나 나무 일 이야기만 했다. 몇 토막을 켰고 비에 눅눅해져 나무가 갈라졌다는 이야기였다. 남들이 자기를 뭐라고 부르는지는 말하기 좋아하지 않았다.
류 아주머니는 옷을 한 보따리 모아 주다가 팔 부분이 비칠 만큼 해진 짧은 겉옷을 골라냈다. 아쑤이는 몇 해나 밥 짓는 연기를 쐰 옷이라 겨울에 안에 받쳐 입으면 가장 따뜻하다고 했다. 류 아주머니는 버리라는 말 없이 옷을 도로 넣었다. 그러고는 아궁이 뒤에서 작은 단단한 나무토막 하나를 찾아내며 이것까지 수레에 실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아쑤이는 받아 보고 쉬보가 돌방아의 축을 갈 때 남긴 조각임을 알아보았다. 속이 단단한 나무로 아궁이 뒤에 둔 지 여러 해가 된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제자리에 다시 밀어 넣었다.
“그 애가 오면 찾을 거야.” 그녀가 말했다. 사실 아들은 지난번 왔을 때 그곳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한낮도 되기 전에 하늘이 낮게 내려앉았다. 눈이 올까 걱정된 류 아주머니는 비운 사발을 깨끗이 씻고 쉬선을 기다리라는 말도 마다했다. 아쑤이는 마당 끝까지 배웅하며 단단히 동여맨 두 바짓단이 마른 풀 사이로 번갈아 나아가는 것을 보다가 문득 그녀를 불러 세웠다. 성 남쪽 강에 놓인 다리가 또 한 토막 길어졌느냐고 물었다. 류 아주머니는 돌아보며 자기도 못 본 걸 벌써 궁금해하느냐고 했다. 아쑤이는 오가는 사람들에게 듣고 그냥 물어본 거라며 방으로 돌아섰지만, 입가에 번진 작은 웃음은 감추지 못했다.
쉬선이 도착했을 때 어깨에 멘 이불 꾸러미에는 잔눈 몇 알이 내려앉아 있었다. 황더우가 먼저 짖다가 두어 번 만에 그를 알아보고 다리에 몸을 밀어 붙이는 바람에 하마터면 그를 문틀에 밀어붙일 뻔했다. 그는 한 손으로 개를 붙들고 다른 손으로 문을 들어 올리며 발도 제대로 딛기 전에 문이 왜 또 내려앉았느냐고 했다. 아쑤이는 그의 꾸러미를 받아 들었다. ‘또’라는 말을 들으니 지난번에 빗장 홈에 얇은 대나무 조각 하나만 받쳤던 일이 생각났다.
그는 새 이불을 침상에 놓고 손가락으로 가장자리를 쓸었다. 몇 달 떠나 있으면 모양이 달라지고 말 목물을 살피는 듯했다. 아쑤이가 밥부터 먹으라고 했지만, 그는 여전히 문가에 서서 문을 여닫아 보았다. 문짝 아래가 움직이자 나뭇가루가 밑에서 사르르 떨어졌다. 쪼그려 앉아 만져 보니 손가락 끝에 희끄무레하고 부드러운 가루가 묻었다. 그의 낯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위쪽 문지도리는 괜찮았지만 아래쪽 축받이 홈이 깊이 닳았고, 전에 괴어 둔 대나무 조각은 이미 닳아 구멍이 나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떠나잖아요.” 그는 일어서서 손을 털었다. “지난번에 문 뒤에 장작 밀어 넣지 말라고 했는데, 듣기는 하셨어요?”
아쑤이는 마른 장작 두 작은 단을 보며 대답하지 않았다. 비가 오면 마당에 둔 장작은 젖었다. 문 뒤는 그녀가 손수 장작을 들어 놓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마른 자리였다. 아들은 들어서자마자 문을 보았다. 침상 곁을 새로 쓸어 놓은 바닥도, 새집에 가져가려고 남겨 놓은 작은 천 받침 두 개도 보지 못했다. 아쑤이는 아들에게 떠 두었던 죽을 솥에 도로 부어 데웠다. 국자가 쇠솥 가장자리에 부딪칠 때 일부러 평소보다 조금 세게 부딪쳤다.
쉬선은 그 소리를 듣고 돌아보며 불이 약하냐고 물었다. 그녀는 세다, 아주 세다고 하고는 침대도 톱으로 잘라 가져갈 거냐고 물었다. 그제야 쉬선이 웃으며 성에 침대가 있으니 이 낡은 녀석까지 메고 갈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남쪽 창을 이야기할 때 그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벽에 손을 뻗어 비스듬히 드는 햇빛을 그려 보이고, 창 아래 어느 작은 탁자를 놓을 수 있는지까지 자세히 말했다. 아쑤이는 듣는 동안 아까의 노기가 김 속에서 풀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잊은 것은 아니었다.
밥을 먹고 짐을 챙기다 두 사람은 큰 장 앞에서 또 멈췄다. 쉬선은 수레가 아무리 넓어도 가져가면 안 된다고 했다. 성안 집 문을 재 보았는데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쑤이는 맨 아래 서랍을 열어 반 그릇만 한 실뭉치와 천에 싼 바늘 몇 개, 닳아 빛이 죽은 작은 구리 거울을 꺼냈다. 애초에 장 안에는 물건이 별로 없었다. 아쑤이는 서랍을 밀어 넣고 남은 것들은 어디에 두느냐고 물었다. 쉬선도 당장 답할 수 없었다.
결국 서랍 하나만 가져가기로 했다. 쉬선은 나무못을 빼고, 아쑤이는 헌옷으로 밑판을 닦으며 성안에 장이 없으면 이걸 침대 밑에 두고 써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서랍 안에 잘못 만든 반짇고리 통 하나가 있는 것을 보았다. 옆에 톱질한 자국이 있어 막 물으려는데 어머니가 이미 그 위에 구리 거울을 엎어 놓았다. 그 통은 그가 깎았던 것이었다. 어머니는 탁자 다리 밑에서 반쪽을 도로 주워 두고도 그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눈발이 굵어지자 쉬선은 마당으로 장작을 나누러 나갔다. 남는 장작을 태워 버리려는 줄 안 아쑤이는 얼른 문간으로 가 보았다. 그는 오늘 밤에 쓸 만큼만 들이고 나머지는 담 모퉁이에 쌓아 해진 거적으로 덮었다. 그러고는 짚신 두 켤레도 가져갈 거냐고 물었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천 신은 시내에서 사면 되니 겨울에 이런 건 신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쑤이는 아들의 손에 들린 신을 뚫어지게 보다가 도로 받아 들고는 그냥 두라고, 네가 이불 펴는 데 걸리적거리지 않는다고만 했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도 빗장은 잘 들어가지 않았다. 쉬선은 빗장을 떼어 방에 남은 희미한 빛으로 한 면을 깎고 두 번 끼워 보았다. 문짝을 통째로 떼어 낼 엄두는 내지 못했다. 벽의 문지도리 홈도 낡아 단단한 곳을 더듬어 확인하지 않고 구멍을 뚫으면 갈수록 헐거워지기 쉬웠다. 긴 송곳은 목공방에 두고 왔고 가져온 작은 끌로는 천천히 손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쑤이는 그가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내일 떠나고 나면 문이 꼭 닫히지 않아도 볼 사람이 없는데 뭘 그리 애쓰느냐고 했다. 그는 대꾸 없이 나무 빗장을 아궁이 곁에 기대 놓고 진작 식어 버린 물을 들어 올렸다.
여기서 사 리 떨어진 곳, 화이수 갈림길의 팻말은 귀퉁이 반쪽만 드러나 있었다. 천성은 짐끈을 어깨 뒤로 밀고 판 위의 눈을 털었다. ‘城’ 자는 알아보았지만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은 똑똑히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스커우에서 잔 그는 오늘 아침 일찍 현성에 닿아 품삯을 받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도중에 한 집에 굵은 실을 가져다주느라 길을 조금 더 걸었고, 닳아서 벌어진 신창을 꿰매려고 멈춰 설 시간도 아까워했다.
그가 나르는 것은 거친 질그릇 단지 스물네 개였다. 밑에 볏짚을 깔아 한쪽의 큰 광주리에 나누어 넣었다. 다른 쪽에는 무명천과 자잘한 물건을 기름 먹인 천으로 싸 두었다. 빈 단지뿐인데도 어깨가 눌려 저렸다. 단지 아가리에 눈이 하얗게 한 바퀴 쌓였다. 그는 한참 걸을 때마다 한 번씩 털어 냈다. 젖은 짚이 질그릇 벽에 붙으면 약방에서 깨끗이 손질해 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까 걱정이었다. 약방은 길의 거리에 따라 품삯을 쳤지만, 단지가 깨지면 그 수만큼은 유난히 또렷이 셌다.
갈림길을 따라 두 번째 삼나무 숲에 들어섰을 때 그는 이미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았다. 큰길의 경사가 이렇게 급할 리 없고, 길가에 한 사람의 묵은 발자국만 있을 리도 없었다. 그는 멜대를 내려놓고 마른 양식을 한입 먹으려 했다. 그런데 뒤쪽의 습기 먹은 낡은 밧줄이 갑자기 풀렸다. 질항아리들이 얼어 단단한 돌에 부딪쳤다. 연달아 겹치는 소리가 마치 누군가 눈 밑에서 작은 북을 급하게 두드리는 듯했다. 손을 뻗어 막으려 했지만 손바닥에 닿은 것은 차가운 깨진 단면 한 조각뿐이었다.
열두 번째 항아리까지 세고 나서 그는 더는 세지 않았다. 기름 먹인 천으로 싼 쪽은 무사했다. 그는 먼저 무명 꾸러미를 보호하고 깨지지 않은 항아리를 앞으로 옮겼다. 몇 번을 해 봐도 멜대의 균형을 되찾을 수 없었다. 벌어진 신발 밑창으로 눈이 스며들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얼음 조각을 발가락 밑에 눌러 놓는 듯했다. 멀리 낮은 지붕 하나가 보이기에 찻집인 줄 알았다. 가까이 가니 개 짖는 소리가 났고, 안에서 누군가 한마디 응답했다. 조금 늙은 목소리였다.
천성은 마당 밖에 멈춰 서서 기울어진 짐을 발치에 내려놓고 손등으로 사립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문 안에서 나무를 한 번씩 긁던 소리가 멎었다. 그는 먼저 길을 잘못 들었다고 말하고, 이어 뜨거운 물을 조금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눈이 삼켜 버릴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문 뒤에서 한 남자가 자기네는 내일 이사한다고 했다. 천성은 알겠다고 답하며 얼른 옆으로 물러섰지만, 손은 손잡이 끈이 이미 떨어져 나간 대바구니를 여전히 쥐고 있었다.
· 이 장 끝 ·
이 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독창적으로 집필했으며, 유장경의 《눈을 만나 부용산 주인집에 묵다》와 이 사이트의 기존 단편 《눈 오는 밤, 문을 열어 두다》를 바탕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인물과 현성, 경로와 줄거리는 모두 당나라 풍의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 허구이며, 원시의 번역이나 시인의 전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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