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 세태 장편소설
한 짐의 물건 두 가닥 밧줄
쿠우지 · AI 창작 · 4453 자 · 약 12 분
천다가 빈 나무통 두 개를 동생 앞에 내려놓았을 때 천성은 고개를 숙이고 바늘과 실 꾸러미를 나누고 있었다. 통의 테는 새로 칠해 검게 번들거렸고, 두 통 모두 그의 다리보다 길었다. 형수는 문 안에서 옷을 널다가 통을 한번 보고 천성의 짧아진 어깨끈도 한번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칭란에 가져가서 한씨네에 넘겨.” 천다가 말했다. “돌아오는 길엔 소금 두 봉지 실어 오고. 품삯은 여든 문이고, 오가는 길도 다 익숙하잖아.” 천성은 파란 실 한 꾸러미를 상자 모서리에 밀어 넣으며 빈 통이 왜 이렇게 무겁냐고 물었다. 형은 이제 바늘 고르는 일만 좋아하고 짐 지는 건 싫으냐며 웃더니 손바닥으로 통 밑을 두드렸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천성이 원래 가져가려던 것은 자잘한 물건 열 근뿐이었다. 봄이면 산골 사람들이 옷을 기워 바늘과 골무, 굵고 가는 실이 겨울보다 잘 팔렸다. 그는 제 돈 예순 문을 내어 물건을 더 떼고 싶었다. 나무통이 생기니 바늘 상자는 통 아가리에 묶을 수밖에 없었고, 멜대 양쪽에 무게를 맞출 짐도 더해야 했다. 그는 짐을 메고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통 가장자리가 문가에 갓 널어 놓은 옷을 스쳤고, 조카딸은 우물 뒤에 숨어 웃으며 작은 배 두 척 같다고 했다.
천성은 웃을 수 없었다. 형도 손을 놀리고 있었다. 천다는 대오리에 엄지와 검지 사이를 찔려 빛바랜 천을 감고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는 아직 가느다란 상처가 있었다. 그 팔십 문 가운데 서른 문은 나무통 만드는 일을 거든 일꾼에게 줘야 하고 남는 돈만 집안 몫이었다. 형수는 다음 달 집세를 내야 했고, 어린 딸의 새 신은 갑피만 있어 밑창 한 켤레가 더 필요했다. 동생이 자기 밑천이라고 부르는 그 얼마 안 되는 돈은 모두 형이 침상 발치의 나무 상자에 그를 위해 넣어 둔 것이었다.
천성은 멜대를 내려놓고 우선 성안으로 가져간 뒤 수레에 맡길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천다가 코웃음을 쳤다. “또 그 쉬 장인 심부름하러 가려고?” 아니라고 했지만 혀가 매끄럽게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번에는 긴 목재 한 모서리가 대나무 길 굽이에서 갈라졌고, 그의 어깨에도 붉은 자국이 남았다. 형은 갈라진 목재를 보지 못했다. 돌아온 동생의 신발 밑창이 벌어진 것만 보았으면서도, 남을 도와주는 일에 값을 매기기는 어렵다고 했다.
바늘 상자 옆에는 천성이 가오푸에서 산 새 삼끈 두 줄이 있었다. 한 줄에 육 문이었다. 헌 끈보다 굵어서 젖으면 매듭을 풀고 말려야 했다. 값이 비싸다 싶어 살 때 한참을 손끝으로 비벼 보았다. 형이 한 토막을 잘라 통의 손잡이로 쓰려 하자 그는 얼른 눌러 막으며 이 두 줄은 각각 온전히 남겨 둬야 한다고 했다. 천다는 칼을 거두고 웃었다. 짐 한 멜대 분량도 아직 못 샀으면서 지킬 규칙부터 늘었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큰길로 갔다. 아침에 찻집을 지나다 보니 바깥 차양 아래에는 여전히 나무가 쌓여 있었다. 류 아주머니는 씻은 갓이 담긴 대야를 들고 문 앞에 잠깐 멈췄다가 몸을 옆으로 틀어 겨우 빠져나왔다. 아쑤이도 쉬선도 없고, 안에서는 다슈가 힘주어 솥받침을 시험하는 소리만 들렸다. 그가 한번 부르자 다슈는 아궁이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손에는 검은 재가 잔뜩 묻어 있었다. 그녀는 이 아궁이를 고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무통을 멘 지게 막대를 밖에 기대 놓고 들어가 솥 옮기는 일을 도우려 했다. 다슈는 솥을 꼭 끌어안고 됐다고 했다. 또 누군가 손 가는 김에 하면 된다고 할까 봐서였다. 그는 잠시 서 있다가 죽 한 사발을 사려고 세 문을 꺼냈다. 류 아주머니는 자기가 먹을 채소밥만 지어 놓았는데도 작은 그릇에 한 그릇 떠 주었다. 돈은 받지 않았고 한낮에 쉬었다 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천성은 다 먹고 그릇을 깨끗이 씻어 돌려놓다가 선반 위에 그릇이 네 개뿐이고 바깥 차양 밑의 긴 재목이 걸상 세 개 놓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알고 보니 읍내 한씨네는 아직 통을 만든 값도 다 치르지 않았다. 천성이 대문에 이르러서야 주인이 그저께 시골로 갔으며, 통의 테를 살펴본 뒤에 운삯을 치르겠다는 말을 남겼다는 걸 알았다. 문을 지키던 여자는 통은 받아도 팔십 문을 미리 내줄 수는 없다고 했다. 천성은 형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감긴 천이 떠올라 다시 통을 짊어지고, 주인이 있을 때 가져오겠다고 했다. 여자는 그가 고지식하다며 문 앞의 흙을 죄다 밟아 들이지 말라고 했다.
통 두 개는 결국 런씨네 목공소 바깥에 놓였다. 천성은 쉬선에게 자리를 좀 빌리려 했지만 문에 들어서자 웨이처를 먼저 만났다. 웨이처는 우산 장수에게 줄 우산 자루를 깎고 있었고, 곁에는 잘 싸 놓은 나무 빗 하나가 있었다. 천성은 그가 자주 만지작거리던 빗을 알아보고 누이에게 주었느냐고 물었다. 웨이처는 주기는 했는데, 누이가 마지막 빗살을 너무 뾰족하게 깎았다고 둥글게 다듬어 달라더라고 했다.
가게 문 앞에서 아이 둘이 고개를 내밀고 통을 구경했다. 한 아이가 통의 테를 돌려 보려고 손을 뻗자 다른 아이가 붙들며 이건 우리더러 굴리고 놀라고 둔 게 아니라고 했다. 천성은 아이들에게 저리 가라고 할 참이었으나, 웨이처는 통을 자기 발치로 옮기고 쓰다 남은 대나무 토막 하나를 꺼내 아이들에게 줄 호루라기를 깎았다. 구멍이 작아서 바람만 새고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아이 둘은 번갈아 불어 보며 볼이 새빨개지도록 부풀렸다. 천성은 쉬선을 처음 만났을 때도 이 두 손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일을 떠올렸다.
웨이처는 호루라기를 끝내지 않고 먼저 우산 손잡이를 작업대에 다시 눌러 놓았다. 우산 장수는 오후에 가지러 올 예정이었고, 그는 정오 전에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천성은 손바닥 보호대 가장자리로 드러난 그의 손등을 보았다. 원래 햇볕에 검게 탔던 손등에 이제는 갈라진 상처가 몇 줄 나 있었지만 나무빗은 아주 깨끗하게 싸여 있었다. 그저 무심코 한마디 보탰다고 생각했던 말이 여기까지 와서는, 저 가는 대나무 속에서 불어도 나오지 않는 소리처럼 목을 막아 삼킬 수 없게 했다.
“누이는 당신들보다 훨씬 꼼꼼하게 봐요.” 웨이처가 말했다. 천성은 나무 빗 이야기인 줄 알고 따라 웃었다. 그런데 웨이처는 고개를 들고 물었다. “내가 그 돌계단을 재는 걸 어디서 봤어요?”
가게 뒤에서 대패 소리가 한 번 났다가 멎었다. 런취안은 여전히 안에 있었다. 천성에게는 그가 보이지 않고 문가에 세워진 긴 자 몇 개만 보였다. 그는 웨이처가 자를 들고 약방 뒷문을 지나던 일을 기억했고, 자신이 처마 아래 앉아 깨진 항아리 조각을 골라내던 일도 기억했다. 그 두 일을 하나로 이을 때는 누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물어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네가 자를 들고 있는 것만 봤어.” 그가 말했다. 웨이처는 우산 손잡이를 반 치 옮겼다. “그걸 가져다가 뭘 하려는지 물어보신 적도 없잖아요.” 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귓불이 달아올랐다. 나중에 일꾼이 말을 잘못 전했다고 하고 싶었으나, 일꾼이 말할 때 자신도 바로 앞에 있었고 입에 뜨거운 국을 머금은 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던 게 떠올랐다.
웨이처는 오늘 바로 자기와 약방에 가서 그 말을 한 번 더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천성은 문밖에 놓인 통을 바라보았다. 한씨네 주인이 오후에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그때를 놓치면 또 하루를 헛걸음해야 했다. 웨이처는 이미 우산 손잡이를 집어 들었다가 천성이 망설이는 걸 보고 작업대에 도로 내려놓았다. 자기도 오늘 이 손잡이를 마저 만들어야 하니 내일 아침에 가도 된다고 했다. 천성은 그 지극히 평범한 말에 찔리기라도 한 듯, 지금 가자고 불쑥 말했다.
약방 뒤쪽 복도에서는 일꾼 하나가 약재를 체에 펼쳐 놓고 있었다. 바로 처음에 그 말을 들은 사람이었다. 그는 처음엔 자기가 무심코 한 말인데 누가 곧이듣겠느냐고 했다. 웨이처가 길 건너편 수레 수리공에게도 그 말을 한 적이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제야 생각이 난 일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걷혔다. 천성은 체를 얹어 둔 선반 곁에 서서 치수를 다시 재는 건 본 적이 없고 웨이처가 자를 들고 있는 것만 보았다며 앞뒤 사정을 이야기했다.
저우퉁은 계산대 뒤에서 듣고 있었다. 오른손 엄지로 종이를 단단히 집을 수 없어 왼손으로 약봉지를 누르는 중이었다. 그는 이로써 누구의 잘못인지 밝혀졌다고 말하지 않고, 그저 일꾼에게 앞으로 그 말을 옮기지 말라고 했다. 웨이처도 저우퉁에게 자기 평판을 바로잡아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올 때 어깨는 아까처럼 굳어 있지 않았으나 천성과 나란히 걷지는 않았다.
천성은 뒤쫓아 가 웨이처의 여동생이 찾던 바늘과 실을 돈 받지 않고 한 몫 보내 주겠다고 했다. 웨이처는 길가에 멈춰 서서 그의 멜대에 달린 통 두 개를 찬찬히 보고 말했다. “바늘이 필요하면 자기가 사러 가겠지요. 그때 팔면 돼요.” 그는 말을 마치고 우산 손잡이를 싼 작은 보퉁이를 단단히 묶은 뒤 목공방으로 돌아갔다. 천성은 기름떡 노점 앞에 섰다. 배는 아플 만큼 고팠는데 문득 그 고소한 냄새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오후에 한씨 집에 다시 갔다. 돌아온 주인은 통 두 개를 살펴보고 처음 말한 팔십 문을 치렀다. 그는 돈을 나누어 담았다. 한 몫은 형의 것이고 한 몫은 당분간 손대지 않을 돈이었다. 육십 문어치의 자잘한 물건은 여전히 자기가 모아 둔 돈으로 샀다. 한씨 집에서 말한 쇠못 두 꾸러미까지 덤으로 맡지는 않았다. 보기엔 작았으나 들어 보니 바늘 상자보다 무거웠다. 주인이 십이 문을 더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들어 보고 한 꾸러미만 맡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고 했다.
돌아가는 길에 돌다리 위에서 생선을 파는 여자가 통 뚜껑을 떨어뜨렸다. 뚜껑은 풍덩 소리를 내며 다리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천성은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었다가 하마터면 바늘 상자를 강으로 기울일 뻔했다. 얼른 멜대를 내려 안정시킨 뒤 먼저 상자 끈을 단단히 조이고, 여자의 대나무 장대를 빌려 뚜껑을 건졌다. 다리 밑 물은 얕았지만 세 번이나 뻗고서야 닿았다. 뚜껑에 묻은 진흙이 튀어 두 사람 모두 얼룩투성이가 되었다. 여자가 얼굴에 물고기 비늘이 돋았다고 놀리고서야 천성도 웃었다.
저녁에 스커우에서 묵으며 천성은 새 밧줄 두 개를 풀어 상자와 소금 꾸러미를 떼어 놓고 각각 밑을 괴어 높였다. 차막의 긴 목재는 아직 옮겨지지 않았고, 류 아주머니도 다시 그를 불러 채소밥을 먹이지 않았다. 그는 여덟 문을 내고 작은 객점에 들었다. 침상은 좁았고 옆방 사람은 코를 골아서 꿈속에서도 누가 대패질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두 번 깨어 제 돈주머니를 만져 보았다. 오늘 밤 묵을 곳은 마침내 남이 자리를 내주지 않아도 마련할 수 있었다.
여관 주인은 온몸에 진흙이 묻은 그를 보고, 먼저 침상 쓸 때 쓰는 작은 솔을 건네며 문밖에서 깨끗이 털고 들어오라고 했다. 그는 푸대접을 받는 기분이 들어, 예전에는 복도에서 자라고 자리를 내준 사람도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인이 앞선 손님의 젖은 이부자리를 걷어 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손등은 추위에 새빨갰다. 그는 제 신발을 깨끗이 털고, 천 한 장을 더 가져다 상자 밑에 깔았다. 상자 다리의 진흙 자국을 남의 바닥에 또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가오푸에 돌아오자 천다는 소금 한 꾸러미가 왜 모자라느냐고 먼저 물었다. 천성은 짐에 쇠못 한 꾸러미가 더 들어 소금은 하나밖에 가져올 수 없었고 나머지는 다음에 가져오겠다고 했다. 형이 이 왕복길에 벌어 봤자 얼마나 되느냐고 했지만 그는 따지지 않고 한씨네에서 받은 돈을 세어 주었다. 형수가 일꾼에게 줄 서른 문을 따로 그릇에 담는 것을 보고는, 애초에 하려던 고생 이야기를 도로 삼켰다.
나무 상자를 열자 안에 든 오백팔십 문은 줄지 않고 그대로였다. 천성은 예순 문을 꺼내며 형에게 이번 바늘과 실은 가지고 다니던 돈으로 먼저 값을 치렀으니, 이 예순 문은 모아 둔 밑천에서 꺼내 그 돈을 메우는 것이고 앞으로는 자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적겠다고 했다. 천다는 상자 뚜껑을 무릎에 올려놓고 한참 만에 팔리지 않으면 어쩌겠느냐고 물었다. 천성은 가장자리가 깨진 동전 하나를 골라 형의 손가로 밀어 주며, 그러면 다음 한 짐은 조금 천천히 사면 된다고 했다. 조카딸이 아직 밑창을 달지 않은 새 신을 신고 달려와 그의 발등을 밟더니 제 신발 발등에 수놓은 새 두 마리를 보라고 했다. 그는 아이의 한쪽 발을 받쳐 들었다. 새의 눈은 아직 비어 있었다. 저녁에 아이 어미가 짬이 나면 마저 수놓을 참이었다.
· 이 장 끝 ·
이 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독창적으로 집필했으며, 유장경의 《눈을 만나 부용산 주인집에 묵다》와 이 사이트의 기존 단편 《눈 오는 밤, 문을 열어 두다》를 바탕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인물과 현성, 경로와 줄거리는 모두 당나라 풍의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 허구이며, 원시의 번역이나 시인의 전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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