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 세태 장편소설
문 아래의 그 손
쿠우지 · AI 창작 · 4493 자 · 약 12 분
초아흐레에 한 번 더 확인하기로 했던 것을 쉬선은 끝내 하러 가지 않았다. 아침에 아쑤이가 실타래가 자꾸 창 밑에서 굴러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새 송곳을 가져다가 침상 곁 작은 나무 선반에 구멍 두 개를 더 뚫고 실을 끼울 작은 나무 핀도 깎았다. 긴 송곳은 낡은 끌보다 나무에 부드럽게 들어갔다. 어머니는 옆에서 보다가 이따금 말려 나온 대팻밥을 집어 들고, 손끝으로 눌러 보며 불 지필 때 밑에 깔면 되겠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고개를 드니 약방에 가려던 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다.
그는 오후에 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후에 런씨네 목공소로 창호지를 급히 갈아야 한다는 손님이 찾아왔다. 예전부터 거래하던 집이었다. 스승은 그가 문을 이미 넘겼으니 웨이처를 데리고 한 번 다녀오라고 했다. 쉬선은 자기 일을 맡기 시작하자마자 목공소 심부름을 거르고 싶지 않아 다녀왔다. 돌아오니 또 날이 어두웠다. 약방에서는 밤새 아무도 소식을 전해 오지 않았다. 마치 문이 그를 대신해 여전히 괜찮다고 한 번 대답한 듯했다.
초열흘 아침, 천성은 약방에서 낡은 대나무 서랍을 담은 상자 하나를 옮기고 있었다. 섣달에 다시 한 차례 길을 돌아 초아흐렛날 닿았는데, 지난번보다 일찍 단지 수를 확인하고 밤에는 전처럼 뒤쪽 툇마루에 거적 자리 하나를 빌렸다. 새 문을 가까이서 보니 무늬가 얕았다. 그는 손을 뻗어 만져 보고 아주머니가 아들 손이 야무지다고 한 말이 생각나 덩달아 기뻤다. 그러나 쪼그리고 앉아 문 밑에 감춰진 것은 보지 않았다.
상자를 문으로 옮기다 한 귀퉁이가 문 받침 옆에 닿았다. 그와 일꾼은 각각 손을 한쪽씩 옮기면서 작은 나무 쐐기가 그에 따라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새 돌바닥에는 아직 물기가 있었고 상자 아래에서 짧게 끄는 소리가 났다. 저우퉁이 다가와 문을 받치며 긴 쪽부터 밖으로 돌리라고 했다. 그가 문틀에 손을 댄 바로 그때 문짝이 갑자기 아래로 푹 내려앉았다. 위쪽에서 가볍게 숨이 빠진 듯하더니 문 전체가 옆으로 기울어 떨어졌다.
저우퉁의 비명은 길지 않았다. 고통부터 꾹 참은 것 같았다. 천성은 상자를 놓고 문을 받쳤다. 문짝의 세로대가 어깨에 부딪쳐 감각이 얼얼했다. 일꾼도 달려들었으나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문이 더 내려앉지 않게 버티는 것뿐이라 누구도 감히 손을 놓지 못했다. 문틀을 받치던 저우퉁의 손은 문 가장자리에 끼어 있었다. 그는 문이 내려앉는 쪽으로 몸을 낮추며, 끌지 마, 끌지 마, 그 말만 했다.
천성은 방금 내려놓은 상자를 발로 차 문 밑에 밀어 넣었다. 상자 널빤지가 눌려 삐걱댔지만 가까스로 한 귀퉁이를 받쳤다. 남은 재목 하나를 가져오던 웨이처가 마침 골목 밖에서 보고는 물건을 내던지고 달려왔다. 그는 먼저 문을 갑자기 들어 올리지 말라고 했다. 문이 돌아가면 손이 한 번 더 눌릴 수 있었다. 그가 반대쪽을 받치고 셋이 한 치씩 문살대를 밀어 낸 뒤에야 저우퉁이 틈새에서 손을 뺄 수 있었다.
손가락 두 개가 금세 부어올랐다. 마디는 굽어 있었고 손등에 묻은 나무 가루에는 피가 조금 섞여 있었다. 치 의원이 안쪽 방에서 나와 저우퉁을 밝은 곳으로 부축하라고 했다. 상처부터 볼 테니 이 사람 저 사람 와서 손을 잡아당기지 말라고 했다. 그는 한눈에 보고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어떻게 힘이 가해졌는지 자세히 물은 뒤 우선 깨끗한 천으로 손을 감싸 주고, 저우퉁에게 앉아 있으라고 했다. 또 일어나 물건을 셀 생각은 말라고 했다.
저우퉁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문을 보려 했다. 제 손보다 나무가 아까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약 싸는 종이도 저울도 장부도 아직 진열장 안에 있었다. 바깥문이 쓰러졌으니 누구도 안으로 물러나는 데만 신경 쓸 수는 없었다. 점원이 우선 널빤지로 막자고 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잠시 눈을 감았다. 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쉬선이 도착했을 때 문짝은 이미 마당 안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그는 먼저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상자 모서리를 보고, 이윽고 돌 위에 쓰러진 쐐기 두 개를 보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 일은 그의 마음속에만 있었다. 여기 들어서자 그 일은 핏자국과 약재 부스러기, 그를 쳐다보는 사람들과 함께 훤히 드러났다. 이제는 하룻밤을 버텼다는 말로 덮어 둘 수 없었다.
“누가 밑을 건드렸습니까?” 그가 물었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자신이 듣기에도 옳지 않았다. 진생은 어깨를 누르고 있어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고, 점원이 상자 모서리가 한번 부딪혔다고 했다. 허신은 쭈그려 앉아 쐐기를 보았다. 손으로 돌 표면을 한 바퀴 더듬으며 자신의 끌질보다 더 가까운 원인을 찾으려 했다. 물, 진흙, 다른 사람의 발, 누가 먼저 움직였는지도 모를 상자. 사실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 것들이 약방 문 앞에 모두 나타나리라는 건 어젯밤부터 알고 있었다.
저우퉁이 소리를 듣고 안에서 그를 불렀다. 쉬선이 일어나 진찰용 걸상 옆으로 갔다. 평소 돈을 빠르게 세던 손이 이제는 천에 받쳐져 있었고, 다른 손은 무릎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저우퉁은 이게 튼튼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그 문이냐고 물었다. 목에 대팻밥 한 조각이 걸린 듯한 목소리로 쉬선은 한 번 더 손보러 올 생각이었다고 했다. 저우퉁은 어제 이미 넘긴 문인데 무얼 손보려 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문밖을 보았다. 웨이처를 불러들여 어느 날 무슨 말을 했는지 다시 한번 따져 보고 싶었다. 소년은 쪼그리고 앉아 부서진 나뭇조각을 줍다가 제 이름을 듣고 천천히 일어섰다. 얼굴에는 비위를 맞추려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쉬선은 시선을 거두었다. 말을 바꾸어 다친 데부터 살피자고, 문은 다시 만들겠다고 했다. 저우퉁은 다시 만든다는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제 손만 보았다. 예전에 문양을 더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듯이, 앞으로 어쩌겠다는 한마디도 먼저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듯했다.
런취안이 뒤이어 달려왔다. 위쪽 문지도리를 한눈에 보고는 아래 받침을 갈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쉬선이 답하기 전에 웨이처가 갈지 않았고 고정하지 않은 쐐기 두 조각을 계속 썼다고 했다. 런취안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너무 짧은 문지도리를 움켜쥐었다. 꾸짖고 싶었으나 우선 가게 앞을 닫을 수 있게 해야 했다. 스승과 제자가 지금 따져서 일을 분명히 한다고 약방을 들이치는 찬바람이 저절로 한 차례라도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런취안은 사람을 시켜 런씨 목공방에 가서 쇠붙이를 달지 않은 예비 문짝 두 개를 가져오게 했다. 우선 임시로 가려 닫고 사람들은 옆문으로 다니게 할 참이었다. 예비 문짝은 작아 아래에 판자 한 장을 더 대야 했다. 보기 좋다고 할 수는 없어도, 같은 임시 쐐기 두 개로 두 번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쉬선도 따라가 옮기려 했다. 웨이처는 자기가 든 쪽을 쉬선에게 넘기지 않고 따로 점원을 불렀다. 세 사람이 쉬선 곁을 지나갔다. 누구도 그에게 거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는 도무지 손을 보탤 수 없는 문밖에 서 있는 듯했다.
그는 난화이 골목으로 돈을 가지러 갔다. 창가에서 새 실꽂이를 써 보던 아쑤이는 그의 얼굴이 하얀 것을 보고 먼저 추위에 병이 났느냐고 물었다. 그가 문에 일이 좀 생겼다고 하자 어머니는 벌떡 일어섰고, 손에 든 실타래가 떨어져 침상 발치까지 굴러갔다. 그는 줍지 않았다. 공구 가방을 열어 받고 남은 잔금의 일부를 꺼낸 뒤 전에 모아 둔 돈에서 모자란 액수를 채웠다. 두 번 세고 나서야 손가락이 줄곧 떨리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다친 사람이 누구냐고 캐물었다. 그는 약방 저우 책임자가 손을 다쳤다고 했다. 여기까지 말하고 보니 그저 문을 잘못 달았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아쑤이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잠시 뒤에야, 밑의 그 아이가 일을 제대로 못 한 거냐고 물었다. 조금 전까지 아들이 손수 만들어 준 실걸이를 쓰고 있었다. 일에 집중하지 않던 소년을 떠올리는 편이 아들도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쉬선은 곧바로 부인하지 않았다. 돈주머니를 집어 들고 먼저 문을 나섰다.
그는 천이백 문을 저우퉁 앞에 놓았다. 애초에는 잔금부터 돌려주고 치료비와 문을 다시 손보는 일도 자기가 맡겠다고 할 참이었다. 그런데 입을 열자 뒤뜰 창문 일은 미룰 필요가 없고, 손이 좀 나으면 자기가 여전히 서둘러 마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말을 다 하고서야 자신이 두 가지 일을 같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는 게 들렸다. 돈을 충분히 돌려놓으면 나머지도 예전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듯이.
저우퉁은 돈에 손대지 않고 자기 손이 언제쯤 나으리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쉬선은 답하지 못했다. 저우퉁은 또 내일 저울을 들고 모레 상자를 들어야 하는데, 그때 누가 자기 대신 이 손가락 두 개를 써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쉬선은 고개를 숙였다. 등 뒤로 땀이 배어 나왔다. 차라리 돈 욕심을 부린다고 꾸지람을 듣는 편이 나았다. 방금 자기가 돈으로 되찾으려 한 것이 이 주머니에 든 잔금보다 훨씬 많았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곁에 있던 치 의원은 상처를 더 지켜봐야 하니 언제 나을지부터 따지지 말라고 했다. 그제야 저우퉁은 성한 손으로 돈을 계산대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문은 여전히 제대로 고쳐야 하고 봄에 달 창은 일단 손대지 않겠다고 했다. 쉬선이 저우 책임자를 한 번 불렀으나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머릿속에 가지런히 줄지어 있던 열두 짝의 창은 이제 일단 손대지 않겠다는 한마디에, 망가진 문짝보다도 바닥에서 일으켜 세우기 어려워졌다.
잔금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한 것은 그 자신이었다. 저우퉁이 그 액수를 요구한 게 아니었다. 돈을 돌려주어도 화는 가라앉지 않았고, 다친 손은 그가 선뜻 돈을 내놓았다고 해서 곧바로 펴지지도 않았다. 그는 작업대 곁에 잠시 서 있다가, 런취안이 잘못 만들면 어쩌겠냐고 물었을 때 자기가 질 책임은 당연히 지겠다고 한 말을 떠올렸다. 그제야 한입에 말하기는 쉬워도 막상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덜 창피할지부터 생각하게 된다는 걸 알았다.
약방 문을 임시로 막아 둔 뒤 런취안은 그를 목공소로 불러 위쪽 문축과 아래쪽 축받이를 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었다. 쉬선은 처음에는 여전히 하룻밤을 지켜봐도 멀쩡했다고 했다. 스승은 짧은 축을 작업대에 놓으며, 쓰러지지 않았던 하룻밤으로 쓰러진 지금에 답하려 들지 말라고 했다. 그는 마침내 그 장식 테두리를 버리기 아까워 쐐기로 단단히 누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말을 하자 목이 쉬었다. 웨이처는 밖에서 듣고도 들어오지 않았다.
런취안은 당장 그를 내치지는 않았다. 문을 다시 만들기 전에는 목공소 이름을 빌려 따로 남의 일을 맡지 말라고 했다. 제 실수를 수습하는 동안 목공소에서 품삯을 타 갈 수도 없었다. 처음 쉬선이 혼자 책임지기로 했을 때는 다들 그 책임을 가를 수 있으리라 여겼다. 막상 일이 터지니 손님이 먼저 찾아온 곳은 여전히 런씨 목공소였다. 런취안도 이 낯 뜨거운 일을 직접 사과해야 했다. 작업장만 빌려줬다며 밀어낼 수 없었다.
해가 거의 질 무렵, 웨이처가 엿새 치 품삯 백이십 문을 받으러 왔다. 쉬선이 돈주머니를 더듬어 보니 얼마 남지 않았고, 앞으로 보수에 쓸 목재도 사야 했다. 처음엔 절반이라도 먼저 주려 했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품삯을 안 준다고 한 적은 없다는 것이었다. 웨이처는 꼿꼿이 서서, 안 준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어제 치렀어야 한다고 말했다. 쉬선은 소년의 두 손에 묻은 문짝의 나무 먼지를 보고는 결국 이틀만 더 달라고 했다.
웨이처는 따지지 않았다. 이미 빈 천 주머니를 접어 옷 안에 넣고 돌아서서 연장을 거뒀다. 더는 누이동생의 작은 빗을 꺼내지도 않았고 어느 나뭇결이 새와 닮았는지 쉬선에게 말하지도 않았다. 쉬선은 작업대 곁에 앉아 있었다. 앞에는 새로 산 긴 드릴이 놓여 있었다. 드릴 날이 환히 빛났다. 여러 해 동안 제 것으로 갖고 싶었던 물건인데, 지금은 그 빛에 선뜻 손을 뻗어 만져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쑤이는 밤에 따뜻한 밥 한 단지를 들고 왔다. 가게 문 앞에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아이가 하루 종일 안 먹었으니 밥부터 먹어야 한다고만 했다. 쉬선이 받아 들자 손에 온기가 돌았고 눈시울도 덩달아 뜨거워질 뻔했다. 어머니는 곁에 앉아 겁내지 말라고, 집에 아직 조금은 남았다고 나직이 말했다. 그는 ‘집에’라는 말을 듣자 가까이 기대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밥 뚜껑만 열었다. 밥 위에는 여전히 어머니가 억센 뿌리를 골라낸 채소 한 줌이 얹혀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첫술도 뜨지 못했다.
· 이 장 끝 ·
이 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독창적으로 집필했으며, 유장경의 《눈을 만나 부용산 주인집에 묵다》와 이 사이트의 기존 단편 《눈 오는 밤, 문을 열어 두다》를 바탕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인물과 현성, 경로와 줄거리는 모두 당나라 풍의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 허구이며, 원시의 번역이나 시인의 전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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