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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손에 든 한 권

고풍 세태 장편소설

마당에서 빌려 온 불

쿠우지 · AI 창작 · 4250 자 · 약 11 분

초열흘 이른 아침, 아쑤이는 불을 지피다가 아궁이 입구부터 잘못 찾았다. 작은 방의 아궁이는 왼쪽으로 나 있었고 시골집의 것은 오른쪽을 향하고 있었다. 쪼그리고 앉자 손에 든 불쏘시개가 벽에 부딪혔다. 아쑤이는 먼저 혼자 웃었다. 웃고 나서야 쉬선이 자던 자리가 이미 말려 있는 걸 보았다. 아들은 뜰에서 세수를 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방을 세준 사람이 후회할까 염려하는 듯, 물을 아주 조심스레 끼얹고 있었다.

그녀는 따뜻한 것 한입이라도 먹고 가라 했다. 쉬선은 부엌에 고개를 내밀어 보더니 목공소에서 목재를 켜야 해서 시간이 없다고 했다. 바느질 바구니 곁에 작은 천 보따리를 놓았다. 안에는 사 먹고 남은 찐빵 몇 개가 들었다. 어제 쓰고 남은 물도 가득 채워 두었다. 아쑤이는 물은 자기가 길을 수 있다고 하려다가 그의 손등에 깨끗한 천이 새로 감겨 있는 걸 보고 말을 거두었다. 점심때 올 거냐고만 물었다.

“일 끝나 봐야 알아요.” 그가 말했다.

그 말은 시간을 정한 것도, 오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아쑤이는 어느 바늘에 꿸지 모르는 긴 실을 걸쳐 두듯 그 말을 귓가에 남겨 두었다. 쉬선이 마당을 나서자 황더우는 문 쪽으로 두어 걸음 쫓아갔으나 낮은 널에 막혔다. 널 틈을 코로 킁킁거리더니 다시 그녀의 발치에 돌아와 엎드렸다. 이번에는 짖지 않았다. 아쑤이는 자신이 잘 달래 줬다고 생각해 문을 열고 잠시 햇볕에 누워 있게 해 주려다가, 앞방 아이가 밖에 나오는 소리를 듣고 움직이지 않았다.

큰 솥은 마당의 공동 아궁이에 걸려 있었다. 가지러 가 보니 아궁이 위에는 이미 불려 둔 쌀 한 대야가 놓였고 아궁이 속에도 불이 붙어 있었다. 쌀을 찧는 곳에서 돌아온 팡구이냥은 그 솥의 물은 쌀체를 데치는 데 쓸 거니 밥을 넣지 말라고 했다. 아쑤이는 얼른 자기 작은 솥을 치워 다른 불구멍 위에 놓으려 했으나 거기에도 흠뻑 젖은 나무 대야가 올라가 있었다. 아궁이 둘레를 한 바퀴 돌고서야 아쑤이는 도시에서는 집이 가까이 붙어 있다고 해서 아무 때나 아궁이가 넉넉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두인이 동쪽 방에서 두툼한 옷 두 벌을 안고 나왔다. 어제보다 조금 젊어 보였다. 틀어 올린 머리는 비녀로 단정히 고정하지 않았고 귀 옆에는 실밥 한 토막이 끼어 있었다. 아마 밤에 미처 떼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물이 아직 미지근해지려면 멀었고 자기는 급하지 않다며 나무 대야를 치웠다. 아쑤이는 고맙다고 하고 솥을 올렸다. 입으로는 부지런하다 칭찬하면서도 눈길은 서로 다른 두 벌의 소맷부리에 내려앉았다. 한 벌은 남자 옷이고 한 벌은 여자 옷이었다.

“손님한테 받아 빨아 주는 옷이에요.” 두인이 말했다.

아쑤이는 원래 알고 있었다는 듯 응 하고는 식구가 많으냐고 또 물었다. 두인은 나무집게로 소매 주름을 털어 펴며 아버지는 뒤쪽 작업장에 살고 자신은 여기서 일을 받아 양쪽이 따로 밥을 먹는다고 했다. 아쑤이는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듣지 못해 쌀을 뜨러 갔다. 물이 끓자 일부러 반 주걱을 더 넣고 불을 빌려 쓴 김에 아침도 같이 먹자고 했다.

두인은 거절하려 했으나 손에 든 옷소매에서 아직 물이 뚝뚝 떨어지는 사이 아쑤이가 벌써 죽을 떠 놓았다. 두인은 옷을 걸쳐 널고 문가 걸상에 앉아 먼저 그릇부터 안정되게 받쳐 들었다. 아쑤이의 방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아쑤이는 개가 무서운 줄 알고 황더우가 지난밤 아주 얌전해서 자기가 한밤중에 일어났을 때도 짖지 않았다고 얼른 말했다. 두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 모금 먹은 뒤 무가 아삭하게 잘 절여졌다고 칭찬했다. 그러자 아쑤이는 마치 속에 있던 상자 하나가 또 열린 듯, 산에서 나는 무 가운데 어떤 것이 오래 가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죽 그릇이 거의 바닥을 보일 때쯤 이야기는 마침내 쉬선에게로 돌아갔다. 일할 때면 졸린 줄도 모르고, 대패만 손에 들면 옆에서 무슨 말을 해도 못 듣는 아이였다. 몇 해 전에는 열이 나도 말을 안 해서, 런씨네 스승이 사람을 보내 알려 주고서야 앓는 줄 알았다. 아쑤이는 말을 하다 보니 저도 아들 자랑만 늘어놓는 것 같아, 가끔 고집이 센 건 제 아비를 닮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두인은 그릇 가장자리의 밥알을 숟가락으로 긁어 내며 쉬선이 오늘도 약방 문을 만드느냐고 물었다. 아쑤이는 곧바로 고개를 들고 그렇다고, 그런 큰 문은 언제나 든든하게 만든다고 했다. 아직 본 적도 없었지만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두인은 그의 손재주가 좋은 건 안다고 했다. 재작년쯤 아버지의 책꽂이도 그가 고쳤다고 했다. 거기까지 말한 뒤 그릇을 씻어 문 옆에 가져다 놓았다. 쉬선이 얼마나 정이 가는 사람인지까지 말을 이어 가지는 않았다.

아쑤이는 조금 서운했지만, 두인이 말을 할 때 분수를 안다고 여겨 도리어 더 마음에 들었다. 이런 처자에게 집안에서 혼인을 재촉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두인이 들고 있던 그릇이 순간 대야 가장자리에 부딪혔다.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또렷했다. 두인은 천으로 그릇을 닦으며 재촉한 적은 있으나 나중엔 다들 제 일로 바빠 그만두었다고 했다. 아쑤이가 왜 그만두었는지 묻고 싶어 할 때 두인은 이미 일어나 빨래를 널러 갔다. 젖은 천을 펼치자 채 나오지 못한 나머지 말이 바람 속에 가로막혔다.

오후가 되어서야 아쑤이는 쌀이 떨어졌음을 알아차렸다. 이사 오며 가져온 작은 반 자루는 산에서는 이틀 먹을 양이었다. 어젯밤 한 번 더 밥을 짓고 오늘 아침에도 한 그릇을 더 하니 자루 밑에 몇 알밖에 남지 않았다. 자루를 뒤집어 털자 고운 가루가 둥글게 날렸다. 새살림이 시작부터 이렇게 사소한 일에 가로막히는구나 싶었다.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뜰에는 한가한 이가 없었다. 갓 와서 남의 문을 두드리며 이것저것 묻고 싶지는 않아 우선 방에 돌아가 바느질 바구니를 뒤졌다.

바느질 바구니에도 쌀이 있을 리 없었다. 그녀는 남쪽 창 아래에 앉아 밖에서 됫박질하는 소리가 한 차례씩 들려오는 것을 들었다. 쌀가게가 멀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러 해 겪지 못한 작은 두려움이 일었다. 낯선 사람이 몇 되나 달라고 물으면 성안의 되와 말이 자기 나무 사발로 몇 번인지 제대로 모를 수도 있었다. 돈을 잘못 세어 남이 한 번 웃으면 자기는 그 문 앞을 날마다 또 지나야 했다.

두인이 빨래를 걷으러 돌아왔다가 아쑤이가 빈 천 자루를 들고 문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아쑤이는 먼저 강이 어느 쪽에 있느냐고 묻고는 뒤이어 쌀가게를 물었다. 쌀을 사는 건 그저 가는 김에 하는 일인 양했다. 두인은 자루를 힐끗 보고 제 돈주머니를 집어 들며 마침 자신도 쌀이 조금 모자라니 함께 가자고 했다. 아쑤이는 이번엔 사양하지 않고 방문을 잠갔다. 뒤에서 황더우가 코로 문판을 건드리자 그녀는 문 너머로 멀리 가는 게 아니니 금방 돌아온다고 했다.

쌀가게의 늙은 주인은 과연 귀가 어두웠다. 아쑤이가 처음에는 평소 목소리로 말했으나 주인은 똑똑히 듣지 못하고 위에 놓인 말통을 가리키며 한 말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녀가 얼른 고개를 저으니 이번에는 좁쌀이냐 흰쌀이냐고 물었다. 몇 마디가 엇갈리는 사이 옆에서 두인이 웃고 아쑤이도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마침내 목소리를 높여 한 말까지는 필요 없고 우선 자기가 들고 갈 수 있는 만큼만 달아 달라고 했다.

주인은 오히려 그 말을 빠짐없이 알아들었다. 그녀의 무릎을 한 번 보더니 작은 됫박으로 바꾸고 이만하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쌀알이 사르륵 떨어지자 아쑤이는 문득 마음이 놓였다. 가게 안에 자신을 비웃으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가득한 것도, 산골에서 온 늙은 여자가 모든 걸 알아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돈을 낼 때도 여전히 천천히 셌고, 주인은 그저 두 손을 모아 기다렸다. 두인이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자 낡은 책은 다 꿰매 고쳤느냐고 묻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두인은 푸성귀를 한 단 더 샀다. 걸으면서 겉잎을 빠른 손놀림으로 뜯어 냈다. 아쑤이가 대신 들어 주려 했지만 두인은 가볍다며 넘겨주지 않았다. 도리어 짧은 줄기 한 토막을 건네며 연한지 먹어 보라고 했다. 아쑤이는 씹어 보고는 약간 매운맛이 난다며, 성안 사람이라고 산골 사람보다 채소를 더 잘 고르는 건 아니라고 했다. 이번에는 두인이 정말로 웃음을 터뜨리며 남은 반 토막을 자기 입에 넣었다.

그녀들은 강가까지 가지 않았다. 아쑤이는 골목 어귀에 이르자 벌써 무릎이 부어오르는 듯했다. 힘들다고 하지 않고 걸음을 멈춰 사기그릇을 파는 집에 왜 그릇을 모두 엎어 두느냐고 물었다. 두인은 한번 보고도 속내를 들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함께 멈춰 그릇을 골랐다. 한동안 고르더니 하나도 사지 않았고, 주인은 두 사람을 흘겨보았다. 아쑤이는 옆에서 웃음을 참다가 가게를 지나서야 네게 휘말려 나까지 남의 물건을 공짜로 구경만 하는 사람이 됐다고 나직이 말했다.

그날 밤 쉬선은 늦게 돌아왔다. 아쑤이는 죽 한 솥을 이미 두 번 데웠다. 쌀알은 잘게 풀어지고 죽 위에는 걸쭉한 막이 한 겹 떠 있었다. 그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아궁이를 보고 다음부터는 기다리지 마시라고 했다. 어머니는 자신도 방금 먹었다고 했다. 두인이 방문 앞을 지나가다 그 말을 듣고 잠시 걸음을 멈췄으나 끼어들지는 않았다. 쉬선은 그녀가 한낮에 빈 쌀자루를 본 줄 몰랐다. 그저 어머니가 오늘 성안에서 그럭저럭 잘 지낸 듯하여 그릇을 들고 목공방 이야기를 꺼냈다.

런취안이 아들에게 일을 몇 가지 더 맡기고 싶어 한다는 말에 아쑤이는 기뻐서 밖에 다니기가 겁났던 이야기는 다시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두인이 장도 잘 보고 일도 야무지다며 칭찬했다. 그러고는 혼자 일감을 맡아 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말도 조심스레 보탰다. 쉬선은 고개를 들어 어머니를 보다가 문득 그 말이 어디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듣고 어머니, 하고 불렀다. 그녀는 절임 채소 접시를 아들 앞으로 밀면서 너는 밥이나 먹으라고, 너더러 뭘 하라고 한 적 없다고 했다.

열하루, 열이틀이 되면서 마당에서 아침밥을 짓는 데도 차츰 순서가 생겼다. 아쑤이는 더는 큰 솥을 먼저 차지하지 않았고 팡구이냥도 쌀 대야를 조금 안쪽으로 옮겼다. 두 사람이 한 치 한 치 자리를 두고 합의를 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첫날처럼 계속 이리저리 옮기다가는 누구도 일을 해낼 수 없다는 걸 각자 알게 되었다. 팡샤오는 동쪽 방에 널어 놓은 빨간 옷을 보러 가면서 여전히 남쪽 방 문을 돌아갔다. 아쑤이는 다시 아이를 불러 개를 만져 보라고 하지 않았다.

사흘째 저녁, 황더우는 밖에서 개 짖는 소리를 듣고 과연 따라 몇 번 짖었다. 아쑤이가 얼른 머리를 눌렀는데, 개는 영문도 모르고 오히려 더 다급하게 짖었다. 어쩔 수 없어 그녀는 안쪽 창을 열고 창살 사이로 앞방에서 저녁 짓는 냄새를 맡게 했다. 마당 밖에서 짖는 개를 찾지 못한 황더우는 한참 코를 킁킁거리다가 아궁이 위에서 올라오는 김에 이끌려 천천히 엎드렸다.

팡구이냥이 와서 낮은 판자가 그대로 있고 바닥도 깨끗이 쓸린 것을 보았다. 그저 개는 우선 이렇게 기르되, 짖을 때마다 누군가 나와 웃으며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만 했다. 목소리는 그리 상냥하지 않았지만 아쑤이는 일이 당분간 안정되었다는 것을 알아들었다. 팡샤오는 고모 뒤에 서서 멀찍이 황더우의 머리 위 흰 털 한 줌을 바라보았다. 더는 울지 않았지만 여전히 문 안으로 들어오려 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가고 나자 아쑤이는 개 밑에 작은 천 조각을 깔았다. 밖에서 누군가 두인에게 일을 그만하라고 불렀다. 두인은 아직 귀퉁이 하나가 남았다고 답하고 얼마 뒤에야 등불을 껐다. 아쑤이는 문을 두드려 아침밥도 함께 지을지 다시 물어볼까 했다. 손을 뻗었다가 거두고 먼저 자기 쌀자루를 여몄다. 밤에는 남쪽 창으로 아무것도 비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쌀을 사려면 어느 쪽 문까지 걸어가야 하는지 벌써 기억하고 있었다. 낮에 누가 살림 잘한다는 말을 해 준 것보다, 그걸 기억한다는 사실을 잠들기 전에 몇 번이고 되새기게 됐다.

· 이 장 끝 ·

이 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독창적으로 집필했으며, 유장경의 《눈을 만나 부용산 주인집에 묵다》와 이 사이트의 기존 단편 《눈 오는 밤, 문을 열어 두다》를 바탕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인물과 현성, 경로와 줄거리는 모두 당나라 풍의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 허구이며, 원시의 번역이나 시인의 전기가 아니다.

이 책의 목차 · 36 장
  1. 그 남향 방
  2. 눈이 문턱까지
  3. 세 번째 그릇
  4. 문짝이 쓰러지기 전에
  5. 갈림길의 검은 글씨
  6. 오후의 성문
  7. 마당에서 빌려 온 불
  8. 같은 값을 치른 문 한 짝
  9. 한낮에 두드리지 않은 문
  10. 돌아간 표지판
  11. 바느질 바구니 곁의 두 손
  12. 눈 녹은 물이 남쪽 벽에 스며들다
  13. 고향에 돌아와 앉을 자리
  14. 자에서 놓친 한 눈금
  15. 문 아래의 그 손
  16. 어머니가 아들을 대신해 한 말
  17. 찻집에 쌓인 문 재목
  18. 수레가 지나갈 수 없는 지름길
  19. 누구네 뒤뜰
  20. 한 짐의 물건 두 가닥 밧줄
  21. 다슈가 솥을 들고 가 버렸다
  22. 아무도 앉지 않은 그 걸상
  23. 누가 옛집을 내주겠다고 했나
  24. 새 문을 빗속에 내놓다
  25. 아직 비워 주지 않은 방
  26. 목공방에 남겨진 빗
  27. 팻말에는 누구의 이름도 없다
  28. 따뜻한 방은 약이 아니다
  29. 단오 전의 그 약속
  30. 팔지 않은 바느질 바구니
  31. 차막에 제 나름의 나날이 생겼다
  32. 산속의 그 목재 거래
  33. 누구의 손에서 받아야 할 짐인가
  34. 미리 식혀 둘 필요 없는 한 솥의 밥
  35.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 문을 고치다
  36. 해는 어디까지 기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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