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 손기술·세태 장편
따뜻하지 않은 밥 한 그릇
쿠우지 · AI 창작 · 4212 자 · 약 11 분
구칭이 눈을 떴을 때 아궁이에는 불이 없었다. 어젯밤 마지막으로 꽃술 한 쟁반을 거둘 때도 할머니가 등잔 곁에서 색이 잘못 든 실을 골라내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할머니가 여느 때처럼 먼저 일어났으리라 여겼다. 옷을 걸치고 부엌에 가니 솥뚜껑은 차가웠고, 작업대 위의 무 반 토막은 썰다 말아 있었다. 칼등이 천 한 자락을 누르고 있었다.
선쑤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눈을 비비고 있었다. 오른쪽 눈꺼풀이 한 바퀴 부었는데도 손에는 여전히 그 천을 쥐고 있었다. 눈을 비비다 중간에 내려놓는 것을 잊은 듯했다. 구칭은 천을 빼앗아 창 아래로 가져가 보았다. 천에는 아주 가느다란 부러진 바늘 하나가 있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어젯밤에 찾았어. 이불 위에는 없었어. 그렇게 놀라지 마라.”
구칭은 대답하지 않고 바늘 접시와 실패, 작은 가위를 한꺼번에 높은 장 위로 옮겼다. 선쑤가 받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구칭은 손을 옆으로 빼 피했다. 대신 굵은 줄기를 한 바구니 가져다 침상 곁에 놓았다. “며칠은 이것만 하세요. 가는 바늘은 건드리지 마시고요. 밥은 제가 할 테니 앉아 계세요.”
구칭이 끓인 죽은 숟가락이 꼿꼿이 설 만큼 되직했다. 할머니가 옆에서 뜨거운 물을 반 바가지 부으라고 했다. 구칭은 할머니가 바람 드는 데 서 있는 게 싫어 방 안으로 밀어 넣는 데만 정신이 팔렸다. 다시 솥을 보니 바닥은 벌써 눌어붙었다. 검게 탄 부분을 긁어 내고 두 사발을 가져왔다. 제 사발에는 소금을 넣고, 할머니 사발에는 눈이 부었을 때는 싱겁게 먹어야 한다며 소금을 넣지 못하게 했다. 선쑤는 한 숟갈 맛보고 좋다 나쁘다 말없이 사발을 창가로 옮겨 식기를 기다렸다.
구칭은 아침밥을 마치고 거친 종이를 사러 갔다가 작은 약방을 지나며 눈을 씻는 약재 한 봉지를 사 왔다. 약방에서는 밤을 새워 눈 가까이에서 세밀한 일을 하지 말고, 붉은 기와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다시 오라고만 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구칭은 앞으로 바느질을 아예 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바꾸어 전했다. 할머니가 누가 그랬느냐고 묻자 약방 이름을 대고는 종이 꾸러미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서둘러 어제 만든 꽃잎을 세러 갔다.
“내가 그 선생한테 한 마디 한 마디 다 물어봐야 일을 하게 해 주겠다는 거니?” 선쑤가 말했다.
구칭은 풀 대야를 한층 단단히 받쳐 들었다. “할머니 힘들까 봐 그러는 거잖아요.”
그녀는 아주 낮게 말했지만 마음속에는 불덩이가 있었다. 사흘 안에 첫 꽃 물량의 바탕 재료를 모두 마련해야 하는데 샤오만은 한나절만 오겠다고 했다. 할머니가 눈을 다치면 약재를 씻고, 물을 끓이고, 문을 지키는 일까지 모두 그녀 몫이었다. 그 눈이 정말 상할까 두려운 동시에, 앞으로 자신의 하루하루가 더 잘게 쪼개질까 두려웠다.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들자 그녀는 곧바로 얼굴을 숙였다. 손에 든 꽃잎에는 눌려 하얀 자국이 생겼다.
스무이레, 천 아주머니가 선쑤에게 성 남쪽으로 옛 지인을 만나러 가자고 찾아왔다. 할머니는 벌써 낡은 솜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구칭이 새로 사서 깃까지 고쳐 준 옷을 걸친 채 볶은 콩 두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구칭이 문 앞을 막아서며 지난밤에 서리가 내렸고 성 남쪽까지 삼 리나 되니 돌아오면 무릎이 또 아플 거라고 했다. 천 아주머니는 이웃집 작은 나귀 수레를 빌렸으니 셋이 수레 삯을 나눠 내고 줄곧 타고 갈 거라며, 밖에서 걸을 일은 없다고 했다.
구칭은 여전히 말했다. “눈이 나으면 가세요. 천 아주머니, 할머니 뜻대로 해 주지 마세요.”
천 아주머니는 눈썹을 살짝 움직였지만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선쑤는 볶은 콩을 문턱 안에 내려놓고 물었다. “수레는 언제 떠나?”
“반 각 뒤에요. 골목 어귀에서 기다릴게요.” 천 아주머니가 문밖으로 나갔다.
구칭은 일이 지나간 줄 알고 한숨을 돌렸다. 할머니는 구칭 곁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 평소 바늘을 넣는 작은 천 주머니를 비웠다. 그 안에 홑옷 한 벌과 밑창이 부드러운 신 한 켤레를 대신 넣고 베개 귀퉁이에서 자기 돈주머니도 꺼냈다. 할머니가 세수할 때 쓰는 천까지 말아 넣는 모습을 보고 구칭은 손에 든 종이를 몇 장 떨어뜨렸다.
“칭냥이네 가서 이틀 자고 올게.” 선쑤가 말했다. “그 집에 빈 침상이 하나 있어. 사람 만나고 나서 거기 돌아와 자면 되니, 어두워진다고 서두를 것도 없지.”
“이런 일로 집을 비우신다고요?”
할머니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쪼그려 앉을 수 없어 걸상에 앉아 신을 신었다. 오른발은 두 번을 들이밀고서야 들어갔다. 구칭은 참지 못하고 허리를 굽혀 손을 뻗었다. 노인은 먼저 발을 반 치쯤 거두었다. “잠깐만, 나 혼자 신을 수 있어.” 구칭은 어정쩡하게 몸을 낮춘 채 할머니가 천천히 신 뒤축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았다. 문득 여러 해를 살아온 이 방이 자기 자리조차 없을 만큼 좁게 느껴졌다.
선쑤는 옷깃을 여미고서야 말했다. “그깟 일 때문은 아니야. 내 눈이 상할까 걱정이면 바늘은 일단 치워도 돼. 내가 어디에 가고, 누구와 가고, 며칠 밤을 묵을지는 먼저 나한테 한마디 물어보렴.”
“그럼 연꽃도 꼭 보러 가야 해요? 배에선 잠도 잘 못 자고 낯선 곳엔 따뜻한 물도 없는데, 할머니 무릎이 이래서야——”
그녀는 그저 마음에 걸리는 일 하나를 말하려 했는데, 입 밖에 나온 말은 또 하나의 문이 되어 앞을 막았다. 선쑤가 고개를 들어 구칭을 보았다. 구칭은 내친김에 올해는 가지 말고 내년 봄에 장사가 자리를 잡고 몸도 추스른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 말을 위해 벌써 여러 가지 이유를 준비해 두었다. 솜이불, 배의 널판, 길에서 앓아눕는 일, 가게가 문을 닫아 끼니를 거르는 일, 하나하나 다 실제로 걱정할 만한 일이었다.
할머니는 말을 다 듣고 볶은 콩 꾸러미를 다시 들어 올렸다. “내가 아직 꼭 올해 간다고도 안 했다. 네가 먼저 나 대신 안 간다고 해 버렸구나.”
문이 닫힐 때 구칭은 뒤쫓지 않았다. 바닥의 종이를 한 장씩 주워 반듯하게 포갠 뒤 작업대 모서리에 세 번 두드려 맞췄다. 종이 끝이 가지런해졌는데도 또 가지런하지 않다며 다시 두드렸다. 골목 어귀에서 수레바퀴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자 비로소 할머니가 무릎싸개를 잊었음을 떠올렸다. 문 밖으로 뛰어나갔지만 골목에는 누렁개 한 마리가 고개를 숙여 녹은 서리 물 냄새를 맡고 있을 뿐이었다. 나귀 수레는 벌써 모퉁이를 돌아가고 없었다.
당장 가져다주고 싶었으나, 가 봤자 천 아주머니에게 웃음거리만 될 것 같았다. 무릎싸개는 작업대 위, 곧 쓸 풀 두 접시 틈에 그대로 남았다. 한낮에 샤오만이 왔다가 그녀가 식은 죽 한 솥에 물을 붓는 것을 보고 따뜻한 떡 두 개를 가져다줄까 물었다. 구칭은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그녀를 불러 세우고 네 문을 꺼냈다. “두 개. 다른 사람한텐 말하지 마.” 샤오만은 뒷말을 못 들은 듯 파를 넣을지만 물었다.
그날은 굵은 줄기를 평소보다 빨리 만들었다. 일어나 밥 먹으라고 재촉하는 이도, 더운물이 있느냐고 묻는 이도 없었기 때문이다. 밤이 되어 허리를 펴자 등 뒤가 텅 빈 듯 서늘했다. 죽은 두 번 데우고도 다 먹지 못했다. 할머니의 작은 그릇은 아가리의 이 빠진 쪽을 안으로 향한 채 작업대 위에 엎어져 있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이 빠진 쪽을 바깥으로 돌렸다가 다시 안쪽으로 돌려놓았다.
이튿날 구칭은 결국 무릎 덮개를 들고 천 아주머니 집에 갔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안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선쑤는 환한 문간에 앉아 굵은 실로 천 베개의 가장자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성 남쪽에서 온 옛 지인이 가져다준 계화떡은 무릎 옆에 놓여 있었고, 먹다 남은 부스러기가 옷에 묻어 있었다. 할머니는 구씨 집 꽃을 만들고 있지도 않았고, 집을 떠나 잠을 설친 기색도 없었다. 구칭은 문밖에 멈춰 섰다. 한참이나 바라 왔던 초췌한 모습이 보이지 않자 뭐라 말할 수 없이 실망스러웠다.
선쑤는 무릎 보호대를 보고 들어와 앉으라고 손짓했다. 구칭은 집에 아직 일이 있다며 앉지 않겠다고 했다. 천 아주머니가 문가로 뜨거운 국 한 그릇을 내밀었다. 무 냄새를 맡자 구칭은 갑자기 속이 시큰해져, 오늘 아침에도 찬 떡 반쪽만 베어 먹었다는 걸 깨달았다. 국을 받아 문턱 옆에 앉았다. 천 아주머니는 화해하라고 권하는 대신 빨다가 해진 홑이불을 뜯으며 반대쪽을 잡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천 가장자리가 팽팽해졌다. 선쑤는 가운데를 잘라 한 폭은 침상을 기우려고 남겨 두고, 한 폭은 천 아주머니가 새로 풀 먹인 천을 싸는 데 쓰라고 주었다. 구칭이 너무 세게 당겨 낡은 천이 조금 찢어졌다. 세 사람이 모두 손을 멈췄다. 구칭이 먼저 말했다. “거기가 얇은 줄 못 봤어요.” 선쑤는 찢어진 자리를 안쪽으로 돌리고 다른 실 한 가닥을 찾았다. 예전부터 늘 그랬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집으로 가기 전, 구칭은 밥을 해 놓게 내일 몇 시에 돌아오실 거냐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선쑤는 오후라고, 어쩌면 지 아주머니네에 먼저 들러 좀 앉아 있을 테니 점심은 기다리지 말고 먹으라고 했다. 구칭은 그러겠다고 했다. 골목 어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무릎 보호대를 침상 발치에 놓았다. 아직도 너무 오래 앉아 있지 마시라고 당부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자 나온 말은 달랐다. “여긴 밤에 충분히 따뜻해요?” 할머니가 이불 귀퉁이를 가리켰다. 새로 넣은 솜이 조금 삐져나와 있었다.
그 이틀 밤 사이 구칭은 평소에 하지 않던 일도 하나 했다. 세숫물을 데우고 물통을 들어 우물가로 갔다. 수면에 창문 반쪽이 비치는 것을 보고서야 할머니가 늘 마지막 남은 따뜻한 물을 자신에게 남겨 두어 손가락에 마른 풀을 씻게 했던 일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대야가 발에 걸린다며 문 뒤로 옮겨 놓기 일쑤였고, 일을 끝냈을 땐 물이 벌써 식어 있었다. 대야를 우물턱 안쪽에 도로 놓고 보니, 누군가 돌아와 자신의 마음 씀씀이를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제 손을 씻었다.
물에 붉은 조각 하나가 떠올랐다. 초여드렛날까지 내야 할 여든 송이는 태반이 아직 줄기와 나눠 놓은 꽃잎으로만 남아 있었다. 구칭은 할머니 몫을 머릿속에서 빼 보았다. 처음에는 꽃심 몇 쟁반에 지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시간을 다시 짜 보니 눈에 잘 띄지 않는 일이 여럿 두 끼 사이에 숨어 있었다. 숯으로 헌 종이에 가로줄을 몇 개 긋다가 네 번째에서 멈췄다. 할머니도 젊을 때 손은 두 개뿐이었다. 늘 구칭을 위해 하루를 더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저녁에 천 아주머니의 어린 손녀가 대나무 집게를 빌리러 오면서 선쑤가 전하는 떡 반 조각을 가져왔다. 떡은 깨끗한 헌 꽃 포장지에 싸여 있었고 안에 신 매실 두 알도 들어 있었다. 아이는 선 할머니가 떡이 너무 달다며 구칭에게 가져다주라고 했고, 자신은 신 매실을 사서 드셨다고 전했다. 구칭은 두 알의 단단한 씨를 만져 보았다. 신 것이 이를 상하게 할까 봐 늘 부드러운 떡만 사 드리면서 할머니가 어떤 맛을 원하는지는 좀처럼 묻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떡 반 조각은 두 번에 나눠 먹고, 신 매실 한 알을 남겨 꽃을 만들다 졸릴 때 입에 물었다. 신맛이 미간까지 치밀었다. 구칭은 얼굴을 한 번 찡그리고는 마침내 웃음을 터뜨렸다. 방 안에는 그걸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정월 그믐께 할머니가 돌아왔다. 눈꺼풀의 붉은 기운은 조금 가셨다. 그래도 가까이서 가는 바늘을 들여다보지는 않았고, 아침에 잠깐 앉았다가는 일어나 돌아다녔다. 구칭은 높은 장 위에서 바늘쌈지를 내려 할머니 손은 닿되 등불에 가깝지 않은 칸에 놓았다. 두 사람은 연꽃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탁자에는 급히 마쳐야 할 꽃잎들이 여전히 놓여 있었다. 다만 이월 초이튿날 저녁, 선쑤가 국수가 먹고 싶다고 하자 구칭은 할머니 대신 죽을 고르지 않았다. 달걀 하나를 깨 넣어 반씩 나누었다. 국수는 솥에서 한소끔 더 끓어, 건져 보니 평소보다 부드러웠다.
· 이 장 끝 ·
이 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창작했으며, 왕안석의 《梅花》(매화)와 이 사이트의 기존 단편 《不卖春风》(봄바람은 팔지 않는다)을 확장한 작품입니다. 인물, 상업 활동, 지리와 연대는 모두 가상이며, 시인의 전기가 아닙니다. 나무를 지키는 일, 향기 없는 비단꽃, 할아버지와 손자가 연꽃을 바라보는 원작의 핵심 선택을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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