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 손기술·세태 장편
꽃을 보는 사람
쿠우지 · AI 창작 · 4357 자 · 약 11 분
지 아주머니는 묵은 비단을 함께 보러 왔다가 연기 어린 자줏빛 천 아래 깔린 잿빛 조각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가장자리를 집어 창 아래로 옮기며 잿빛이 아니라 월수색(月水), 달 비친 물빛이라고 했다. 물들인 색에 변화가 너무 없어 요즘 손님들은 밋밋해하지만 짙은 붉은색에 맞추면 도리어 좋다고 했다. 곁에 앉아 콩을 까던 선쑤는 그 이름을 듣고 손가락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그릇에 콩을 떨어뜨렸다.
구칭은 두 분 다 이 천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지 아주머니는 예전에 선쑤와 한 조각씩 사서 봄꽃 한 벌을 만들 생각이었다고 했다. 나중에 구씨네 것은 함 밑에 눌려 있었고 자기 것은 팔았다. 구칭이 왜 그때 팔지 않았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완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 아주머니는 눈을 들었다. 평소처럼 그 말을 흘려보내지 않고 피식 웃었다. “못 만든 게 꽃이야, 합의 못 본 게 이름 적는 그 한 줄이야?”
방 안이 고요해졌다. 그릇 속 마지막 콩 한 알이 탁자 끝까지 굴러갔다. 구칭은 손가락으로 눌러 멈추고는 문득 이게 십일월에 옛 본을 가져가 지 아주머니에게 물었을 때 듣지 못했던 바로 그 말임을 알아차렸다. 구칭은 할머니에게 좋은 말을 해 줄 사람을 일부러 찾지 않고, 할머니를 바라보며 직접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바람이 창의 대나무 발을 쳐 작은 소리가 났다. 할머니는 누르려고 손을 뻗었다가 도로 거두었다.
“견본은 우리 둘이 시험해 본 거야.” 선쑤가 말했다. “그 사람이 먼저 가장자리를 얇게 만들고, 내가 마는 법을 고쳤어. 그때 사람들은 내 이름을 알아줬지. 처음엔 잘 팔리게 되면 그 사람도 끼워 주겠다고 했어. 나중에 잘 팔리게 되고도 나는 서두르지 않았지.”
지 아주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비단에 섞인 잡실 한 가닥을 골라내며, 그때 자기는 스물을 갓 넘겼고 선쑤는 마흔쯤이었다고 했다. 자기도 이름 하나 올려 주기만 기다렸던 건 아니었다. 가정을 꾸릴 참이라 꽃 만드는 일 일부를 자기 집으로 가져가 하고 싶었다. 반쯤 만든 견본을 몇 번 가져왔지만 선쑤는 고쳐야 남겨 두겠다며 여간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나중에 손보지 않은 꽃 한 가지를 손님이 꽂고 가자, 선쑤가 도리어 먼저 화를 냈다. 사람들이 자기 밑에서 일하는 사람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여길까 봐 그랬다.
지 아주머니는 자기가 재료 장사를 시작했을 때도 돌아서자마자 일이 술술 풀린 건 아니라고 했다. 처음에는 비단 한 꾸러미를 잘못 골라 반 겨울 동안 모은 돈을 날렸다. 당시 선쑤는 마른 먹을거리를 담은 바구니 하나를 보내 주었다. 바닥에는 급한 불을 끄고도 될 만큼 돈을 눌러 두었지만, 입으로는 지 아주머니가 혼자 물건을 고르겠다고 서둘러서는 안 됐다고 했다. 지 아주머니는 돈을 받아 나중에 액수 그대로 갚았으나 그 뒤에 무엇을 더 배웠는지는 한참 동안 말하고 싶지 않았다. 구칭은 그 바구니를 떠올리자 지금 자신을 타이르는 할머니의 말투가 들리는 듯했다. 손은 진심으로 도왔고, 말은 정말로 어깨를 움츠러들게 했다.
“내가 그때 발길을 끊었다면,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나도록 여기 앉아 있지도 않았겠지.” 지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래도 내가 여기 앉아 있다고 해서 그 말이 옳았던 건 아니야.” 선쑤는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자기가 돈도 갖다주었다는 말로 그 한마디를 상쇄하려 하지 않았다. 선쑤가 탁자 틈에 빠진 콩 한 알을 두 번 집으려 해도 빠지지 않자, 지 아주머니가 손끝으로 튕겨 선쑤의 손바닥에 올려 주었다. 둘은 여느 때처럼 콩 껍질을 벗겼다. 구칭이 보기에 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울지도, 지난 일을 단번에 지워 버리지도 않았다. 그래도 두 손은 다시 함께 콩 한 그릇을 깔 수 있었다. 구칭은 화해를 권하려던 말을 삼키고 부엌으로 가서 물을 더 부었다.
구칭은 듣다가 귓불이 달아올랐다. 손을 들자 전에 샤오만의 꽃에서 자기가 고친 그 꽃잎이 손에 닿기라도 하는 듯했다. 할머니 대신 그때는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고 말하려다가, 할머니가 야오네 가게에 가서 젊은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구칭을 두둔해도 서른여섯 송이의 갈라진 자국이 없어지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칭은 월수색 비단 조각을 반듯하게 펴고 말을 가로채지 않았다.
선쑤는 자기가 손님을 찾아가 그 가지는 최종 견본이 아니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 탓에 지 아주머니가 양쪽을 오가며 억지웃음을 지어야 했다. 거기까지 말하자 말투가 아주 느려졌다. 옛날 그 거리를 다시 걷는 듯했다. 지 아주머니는 손님이 나중에도 그 가지를 좋아해 돌려주려 하지 않았고, 두 사람이 마주쳐 또 싸울까 봐 꽃을 꽂은 날에는 길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말을 마치고 지 아주머니가 먼저 웃었고 선쑤도 웃었다. 다만 웃고 난 뒤 선쑤의 입가 주름이 조금 더 깊어졌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이 절교한 것은 아니었다. 지 아주머니는 나중에 포목 장사로 돌아서서 직접 색을 고르고 비단을 감별하며, 한동안 꽃보다 안정된 생계를 꾸렸다. 선쑤와도 계속 왕래했다. 선쑤에게 일이 생기면 지 아주머니가 도왔고, 지씨 집이 가게를 옮길 때는 구씨 집에서도 힘을 보탰다. 다만 그 오래된 말린 꽃잎 본을 이야기할 때마다 선쑤는 여전히 입버릇처럼 자기 본이라고 했고, 지 아주머니도 매번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여러 해가 지나도록 본을 뜬 종이에는 작게 패인 자리가 남아 있었다. 구칭은 오래 쓰다 보니 찢어진 줄로만 알았다.
“그 홈은 어디를 잘못 잘라서 생긴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
지 아주머니는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잘라 이가 나갔는데, 나중에 여러 번 해 보니 이만큼 비워 두면 말았을 때 오히려 뻣뻣하지 않아 그대로 두었다고 했다. 선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 아주머니는 지니고 다니던 천 주머니에서 구칭이 일전에 돌려준 원본 본을 꺼내 두 사람 앞에 펼쳤다. 선쑤가 나중에 자신이 더한 또 하나의 곡선을 짚었다. “여긴 내가 고쳤어.” 선쑤는 공을 전부 넘기지 않았고, 지 아주머니도 전부 넘기라고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손끝이 종이 위에 잠시 머물고 나서야 구칭은 칼자국 두 곳이 같은 사람의 손에서 나온 게 아님을 똑똑히 보았다.
구칭은 새 종이 한 장을 위에 덮고 다음에 딩 어르신에게 두 사람 이름을 써 달라고 하자고 했다. 선쑤는 자기도 ‘沈’ 자는 쓸 줄 안다고 했고, 지 아주머니도 ‘纪’ 자는 쓸 수 있으니 이 작은 일로 또 걸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각자 숯연필을 들어 귀퉁이에 써 넣었다. 할머니의 ‘沈’ 자는 마지막 획이 너무 길었고, 지 아주머니의 ‘纪’ 자는 한 덩어리로 뭉쳤다. 구칭은 보기 싫다고 하지 않았다. 종이를 접을 때 일부러 그 귀퉁이가 위로 오게 했다.
점심이 늦어졌는데 콩도 아직 솥에 넣지 않았다. 지 아주머니는 원래 돌아가 가게를 봐야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그릇 먹고 가겠다며, 장사를 놓치면 선쑤에게 받아 내겠다고 했다. 할머니는 날마다 돈 받을 궁리만 하는 친구가 어디 있느냐고 중얼대면서도 제 돈주머니에서 몇 문을 세어 구칭에게 고기를 좀 더 사 오라고 했다. 구칭은 돈을 받아 들고 이번 끼니는 자기가 대접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 아주머니가 문가에 다리를 뻗고 앉아 비단을 고르는 모습을 보니, 애초부터 이곳에는 그에게 돌아갈 의자 하나가 있었던 것 같았다.
밥을 먹고 나서 지 아주머니는 선쑤가 젊을 때 남쪽으로 연꽃을 보러 가겠다고 했던 일을 꺼내며 정말 날을 잡았느냐고 물었다. 노인은 오월 열이튿날이고 뱃삯은 마지막으로 치를 돈이 남았다고 답했다. 지 아주머니는 그때 원래 둘이 함께 가기로 의논했는데 나중에 자기만 먼저 가까운 물의 고장에 다녀왔다고 했다. 돌아와 한참 이야기했더니 선쑤는 그 많은 물에 무슨 볼 게 있느냐고만 했단다. 구칭이 놀라 고개를 돌리자 선쑤는 마침내 시치미를 떼지 못했다. “돌아와서 날마다 이야기하잖아. 난 가 보지도 못했는데 듣기 성가셨지.”
“내가 자랑할까 봐 싫다지 않았어?” 지씨 아주머니가 웃었다.
선쑤는 콧소리를 냈지만 웃음에는 조금 부끄러운 기색이 묻어 있었다. 구칭은 원씨네 섣달그믐 밥상에서 할머니가 허쩌를 잘 아는 체하던 모습과 회색 모자의 푸른 꽃을 보던 자기의 언짢은 마음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할머니가 이루지 못한 소원에 서러움과 남을 위해 양보한 일만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거기에는 본 적 없다고 고개 숙여 인정하기 싫은 고집도, 친구의 기쁨을 조금 깎아내리면 마음이 덜 아플 것 같은 못된 성미도 있음을 알았다.
할머니도 그때는 자신과 같았겠다고 말할 수 있었다. 말이 입가까지 왔지만 선쑤가 지 아주머니에게 어느 물가 마을이 더 가까운지 묻는 것을 보고, 할머니 이야기를 자기 쪽으로 끌어오지 않았다. 이번에 할머니는 아주 진지하게 들었다. 그저 얕은 못이라는 말에도 물가에 나무 그림자가 지는지, 바람이 불면 꽃이 모두 한쪽으로 돌아가는지 다시 물었다. 지 아주머니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날 신발 밑창에 진흙이 많이 묻어 저녁 내내 씻다시피 한 것만 기억난다고 했다.
구칭이 소리 내어 웃자 선쑤도 웃으며, 그렇다면 신발 밑창에 진흙이 많이 묻는 곳도 가 봐야겠다고 했다. 지씨 아주머니는 헌 비단에 매긴 값을 챙기고, 문을 나서기 전에 오랜 벗을 돌아보며 새 색실을 한 토막 가져다줄까 물었다. 할머니는 선명한 색 말고 옅은 회록색으로 달라고 했다. 연잎을 못 보더라도 일단 빈 줄기에 실을 몇 개 감아 둘 수 있다며, 자기가 또 물이 많다고 한다고 돌아와서 놀리지는 말라고 했다.
열여드렛날 저녁, 선쑤는 작은 가위를 꺼내 연꽃잎 한 장을 오렸다. 눈이 어두워 처음 그린 큰 윤곽이 조금 비뚤어지자 구칭에게 선을 더 진하게 그려 달라고 했다. 구칭은 예전처럼 복잡하더라도 진짜 꽃을 닮게 만드는 방식으로 세 겹을 더하려 했지만, 할머니는 자신은 큰 모양만 만들 거라고, 너무 세밀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렸다. 구칭이 두 조각을 집어 대어 보니 단순하게 오린 쪽이 도리어 안정감이 있었다. 비단인 게 훤히 드러나니 비단에서 비롯됐다는 걸 굳이 숨길 필요도 없는 듯했다.
두 사람은 연꽃을 꼭 팔릴 새 견본으로 미리 여기지 않았다. 선쑤는 꽃잎을 다섯 장만 오려 겹쳐 보고, 꽃술에는 묵은 실을 작게 뭉쳐 매듭지어 썼다. 구칭은 꽃잎 끝의 곡선이 아직 너무 딱딱해 보인다며 진짜 꽃을 본 뒤 고치자고 했다. 할머니는 그러자고 하고 이 한 송이를 자기 침상 곁에 두었다. 넘겨줘야 할 상자 꽃과 섞지 않았다. 월수 비단을 재단하고 남은 한 줄은 꽃줄기에 감았다. 잿빛 속에 푸른 기가 조금 돌았다.
스무날 지 아주머니가 다시 왔을 때, 구칭은 일부러 푸른 찐빵 세 개를 내보였다. 할머니 혼자 그 이야기를 두고두고 웃게 둘 수는 없었다. 지 아주머니는 하나씩 눌러 보고 세 번째는 열매로 써도 되겠고, 첫 번째는 잔뜩 화를 내며 묶은 것 같다고 했다. 선쑤는 몸을 앞으로 굽히며 웃었다. 구칭은 이제 마냥 부끄럽지만은 않았다. 첫 번째 것을 집어 살펴보니 그때 정말 화가 나 있었던 것 같았다. 망친 꽃을 고치지 않고 손에 남겨 둔 것이, 모조리 없애 버리는 것보다 오히려 쓸모가 있었다.
구칭은 앞으로도 그 견본을 할머니 혼자 만든 한 벌이라고 부를 거냐고 물었다. 선쑤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답하지 않았다. 잘못 부르면 일러 달라고, 늘 그렇게 말해 온 입이니 천천히 고쳐야 한다고 했다. 구칭은 조금 실망했지만, 이내 할머니가 두 사람이 새로 적은 본 종이를 맨 위에 놓고 옛것은 아래에 눌러 두면서 이름이 적힌 귀퉁이를 바깥으로 향하게 하는 것을 보았다. 손이 말보다 먼저 새 쪽으로 반 치 움직였다.
스무하룻날 저녁, 구칭은 살구색 옷끈 장식꽃 첫 물량을 완성했다. 잠금쇠와 가장자리를 살핀 뒤 열 칸짜리 작은 상자에 넣어 봉했다. 곁에서 제 굵은 줄기에 실을 감던 선쑤가 문득 허쩌에 갈 때 그 회색 연꽃을 달고 갈까 물었다. 구칭은 우선 그러지 말자며 진짜 꽃이 우리를 비웃으면 어쩌느냐고 했다. 노인은 곰곰 생각하더니, 그래도 우리 솜씨를 한번 보여 줘야지, 하고 말했다. 구칭은 납작한 상자에 싸 주겠다고 했다. 꺼낼 수 있으면 꺼내고 눌릴까 걱정되면 숙소에 두면 됐다. 진짜 꽃을 본 적 없는 이 회색 연꽃이 밖에 나갈 자격이 없다고 미리 판정하지는 않았다.
· 이 장 끝 ·
이 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창작했으며, 왕안석의 《梅花》(매화)와 이 사이트의 기존 단편 《不卖春风》(봄바람은 팔지 않는다)을 확장한 작품입니다. 인물, 상업 활동, 지리와 연대는 모두 가상이며, 시인의 전기가 아닙니다. 나무를 지키는 일, 향기 없는 비단꽃, 할아버지와 손자가 연꽃을 바라보는 원작의 핵심 선택을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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