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 손기술·세태 장편
첫 물길
쿠우지 · AI 창작 · 4295 자 · 약 11 분
배가 윈진을 떠날 때 구칭은 소금을 넣어 둔 작은 꾸러미를 찾고 있었다. 너무 손에 잘 닿는 곳에 넣어 둔 탓인지 도리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허리를 굽혀 마른 옷을 두 겹 들추는데 갑자기 밑이 출렁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둑에서 짐을 메고 가던 사람들이 벌써 조그만 한 줄로 보였고, 배와 나루 사이에는 잿빛으로 반짝이는 물길이 벌어져 있었다. 마지막 밧줄을 푸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오늘 가장 중요한 문이 고개를 숙인 사이 저절로 열린 듯했다.
선쑤는 선실 입구를 붙들고 강기슭을 바라보며 구칭을 재촉하지 않았다. 천 아주머니는 일찌감치 배웅을 마치고 천을 빨러 돌아갔고, 저우지핑도 골목 어귀까지만 바래다주었다. 기슭에 서서 구칭에게 손을 흔드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에는 조금 허전했다. 서쪽 성문 뒤로 보이던 한 자락 회색 기와가 등 뒤로 돌아간 것을 알아보고서야, 돌아서서 누구에게도 화답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소금 주머니를 제자리에 밀어 넣고 할머니 곁에 앉아, 물이 배를 한 번 한 번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5월 열이틀의 바람은 차갑지 않았지만, 얼굴에 닿는 느낌은 여전히 마당에서와 달랐다. 담 모퉁이를 돌아오지 않고 곧장 불어왔다. 배에는 빗을 파는 부부, 베 짜는 도구를 들고 친정에 가는 여인, 난푸의 친척에게 가는 소년 둘이 타고 있었다. 가장 소란스러운 것은 대나무 우리에 든 거위 한 마리였다. 빗을 파는 남자는 지날 때마다 피했지만 거위는 유독 목을 내밀어 그를 쫓았다. 선쑤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았다. 구칭은 처음에 할머니가 쪼일까 걱정하다가 뱃사공이 우리를 뒤로 옮기는 것을 보고서야 함께 마음을 놓았다.
두 사람은 가는 뱃삯에서 남은 백육십 문을 마저 냈다. 자리는 선실 안쪽이라 손을 뻗으면 새로 단단히 못 박은 나무 기둥을 붙들 수 있었다. 구칭이 발판을 내려놓자 할머니는 자리를 잡고 앉아 바깥쪽 무릎 보호대를 조금 풀었다. 내내 답답하게 싸매고 있고 싶지는 않았다. 선실에서는 눅눅한 나무 냄새와 콩 삶은 냄새가 났다. 그리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구칭은 집에 둔 마른 꽃 포장지가 떠올라 갑자기 창을 좀 더 열고 싶어졌지만, 좁은 창은 이미 끝까지 열려 있었다.
첫 끼는 허둥지둥 먹었다. 배가 작은 나루에 멈췄고 뭍에서 국을 팔았다. 뱃사공은 반 각만 머물겠다고 했다. 구칭은 두 사발을 사 왔다. 사발은 노점 주인에게 빌린 것이라 먹고 나면 돌려줘야 했다. 구칭은 지체될까 봐 한 입에 들이켰다가 혀끝이 얼얼하도록 데었다. 선쑤는 오히려 느긋하게 먹었다. 국 속의 두부 한 조각을 먼저 집어 내 식혀 두고는 그 반 각을 다 씹어 삼켜야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급하냐고 물었다. 결국 구칭이 먼저 다 먹고 할머니 사발까지 뭍에 가져다주었다.
밤이 되니 널빤지는 집에서보다 딱딱했고, 몸을 뒤척일 때마다 제 옷감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코를 골고 누군가는 잠결에 아이를 불렀지만, 거위는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구칭은 세 번 깼고, 깰 때마다 먼저 할머니가 아직 곁에 있는지 손을 뻗어 보았다. 세 번째에는 할머니가 아예 그 손을 눌러 잡았다. “손이 차구나.” 구칭이 손을 거두자 할머니는 그 손을 자기 이불 위에 얹어 놓으며, 사람을 더듬어 확인하는 걸로 시간을 재지 말라고 했다.
열사흗날 스셴에 닿았다. 뤄이의 새 가게는 나루에서 멀지 않았다. 구칭은 뱃전에서 천 간판의 색깔을 보았지만 찾아가지는 않았다. 배는 짐을 내리는 동안만 섰고 할머니는 지난밤 잠이 모자랐다. 구칭은 못내 아쉬울 줄 알았다. 그러나 물길이 굽어 가게가 집들 뒤로 가려졌을 때 마음은 뜻밖에도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곁에 있던 빗 장수가 그 집 향가루는 향이 좋다고, 자기도 사 봤다고 했다. 구칭은 꽃도 윈진에서 만들었다고만 했다. 어느 손이 만들었는지 꼭 밝혀야 할 필요는 없었다.
오후에 배가 강폭이 넓은 곳으로 접어들자 양쪽 강기슭이 갑자기 멀어졌다. 선쑤는 선실 입구에 기대어 한참 말이 없었다. 구칭이 피곤하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잠시 뒤 그가 말했다. “계속 가다 보면 물이 이렇게 넓어지는구나.”
구칭은 아까부터 줄곧 강이었는데 그렇게 단순한 이치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밝은 물빛에 할머니의 얼굴 반쪽이 환한 것을 보고 그 말을 삼켰다. 그녀 자신도 이런 때, 이런 자리에서 서둘러 다 건너갈 필요가 없는 물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물가의 나무 몇 그루는 바람에 떠밀리듯 천천히 뒤로 물러났고, 배는 생각만큼 빠르지 않았다. 구칭도 따라 바라보았다. 어른거리는 물빛에 눈이 시큰해질 때까지.
그날 오후 잠깐 순풍이 불었다. 배 옆 그림자가 물에 잘게 부서질 때, 선쑤는 어디선가 가락 하나를 떠올리고 두 소절을 나직이 흥얼거렸다. 구칭은 귀에 익어 예전에 부엌에서 부르던 거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자신이 음치라 부른 적 없다고 했으나 구칭은 기어이 한 소절이 기억난다며 이어 불러 보았다. 음은 점점 가락에서 벗어났고 선실 사람들이 돌아보았다. 구칭은 곧 입을 다물었지만 선쑤는 이제야 조금 알아들은 듯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라며, 첫 음은 낮아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의 소리를 고쳐 주었다. 가락은 되찾지 못했지만, 틀리게 불렀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서로의 얼굴은 똑똑히 보았다. 마침내 선쑤가 웃으며 그냥 두자고 했다. 어차피 바람이 듣고 다음 소절을 내놓으라고 찾아올 리도 없으니까. 구칭은 선실 밖으로 손을 뻗어 잠시 바람에 손바닥을 받쳤다가 다시 거두었다. 못 해낸 일을 하다 만 채로 두면서도 아무에게 빚진 기분이 들지 않는 일은 드물었다. 지금은 그저 할머니가 한 소절 더 흥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틀려도 괜찮았다.
같은 선실에 타고 베틀 부품을 가져가던 여인이 옆에 앉아 선쑤에게 난푸 사람이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처음에 또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입술을 달싹이다가 아니라고, 처음 가 본다고 말을 고쳤다. 여인은 아, 하고는 어느 나루가 싸고 어느 물어귀에 모기가 많은지 이야기해 주었다. 그 때문에 할머니를 얕보는 기색은 없었다. 구칭은 ‘처음 가’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숙여 바람에 들썩이는 할머니의 옷자락을 눌러 주었다. 입가에는 미처 감추지 못한 작은 웃음이 어려 있었다.
열나흗날 이른 아침, 선쑤는 배에서 내릴 때 무릎이 뻣뻣해 기둥을 붙들고 한참 서 있다가야 널빤지에 발을 내디뎠다. 구칭은 먼저 뭍에 올라 뒤로 손을 내밀었다. 노인이 널빤지 한가운데를 밟자 발밑에서 물이 번쩍번쩍 흔들렸다. 선쑤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뒤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구칭은 재촉하고 싶었지만 뱃사공 여인이 손을 들어 뒷사람을 막고는 아래를 보지 말고 뭍의 나무 말뚝을 보라고 했다. 선쑤는 그 한 점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마침내 다른 발도 옮겼다.
뭍에 오르고 나니 선쑤의 이마에 땀이 가득했다. 구칭은 후회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노인이 오른손으로 아직 자기 손을 잡고 있어서 일단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간이 음식점에 가서 앉았다. 할머니는 죽 반 그릇만 먹고 오가는 배를 보다가 한참 만에 오늘은 그 흔들리는 널빤지에 다시 올라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구칭은 타고 온 배가 곧 밧줄을 풀려는 것을 보았다. 난푸까지 엿새 걸리는 길이 떠올라 발끝이 나루 쪽으로 조금 움직였다가 도로 물러났다.
두 사람은 루두에서 짐을 내리고 스스로 하룻밤 묵기로 했다. 타고 온 배는 기다려 주지 않았고 남은 구간을 다른 배로 가려면 뱃삯이 조금 더 들었다. 구칭은 미리 물어본 규정대로 돈을 냈다. 표 한 장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며 사공과 실랑이하지 않았다. 배가 떠날 때 거위가 또 울었다. 긴 목이 우리 밖으로 쑥 나왔고, 빗을 팔던 여자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물가에 앉아 그 모습을 보던 선쑤가 불쑥 구칭에게 말했다. “저 녀석이 나보다 담이 크구나.”
할머니가 한 말은 거위 이야기였다. 구칭은 웃다가 말아 놓은 이불을 하마터면 땅에 떨어뜨릴 뻔했다. 할머니도 웃었다. 웃고 나서 길게 숨을 내쉬며, 이제야 발밑이 물이 아니라고 했다. 이 작은 나루가 썩 좋아서라기보다, 여기서는 몸을 안정되게 앉힐 수 있었다. 한 여인이 여인숙에 묵을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구칭은 침상과 아궁이를 보고 돌아와 할머니에게도 직접 보시라고 했다. 입구의 낮은 계단이 배에 오르는 길보다 수월해서 할머니는 이곳을 골랐다.
루두의 밤에는 개구리 소리가 났다. 여인숙의 침상도 푹신하지는 않았지만 이불은 볕에 말린 터라 투박한 햇볕 냄새가 났다. 구칭은 할머니의 무릎에 댄 따뜻한 천을 갈아 주고 침상 가장자리에 기댔다. 문득 말이 느려질 만큼 졸렸다. 선쑤는 천이 다 식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올라와 쉬라고 했다. 두 사람이 차례로 누웠다. 창밖에는 낯선 사람들이 걸어갔다. 아무도 두 사람을 몰랐고, 구칭이 등불을 끄기 전에 마저 묶어 주기를 기다리는 꽃도 한 송이 없었다.
이튿날 아침 구칭은 늦게 깼다. 배를 놓친 줄 알고 놀라 일어나 앉았다. 빗으로 머리를 정리하던 할머니는 주인에게 물어보니 다음 배는 오후에나 온다며, 밥을 먹고 다리 옆 대바구니도 구경할 수 있다고 했다. 밖에 나가니 햇볕은 벌써 따뜻했다. 구칭이 늦잠을 잤다고 나루가 문을 닫은 것도 아니었다. 구칭은 노점 앞에서 작은 대통을 하나 골라 꽃 견본을 넣어 둘까 했다. 손으로 한번 쓸어 보고는 도로 내려놓고 따끈한 전병 두 장을 골랐다. 그날 아침에는 서서 먹지 않았다.
할머니는 대바구니에 들어간 무늬가 마음에 들어 구칭을 붙들고 어디가 줄기에 실 감은 모양을 닮았는지 이야기했다. 노점 주인은 그 말을 듣고 웃으며 자기는 꽃이 아니라 물고기 눈을 엮었다고 했다. 선쑤는 언짢아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대오리를 따라 한 차례 손을 움직여 보고는 사지 않았다. 구칭은 모자챙 아래 눌린 할머니의 흰 머리카락을 보며 문득 이 장면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돌아가서는 대오리 하나하나가 어느 쪽으로 뻗었는지 제대로 말하지 못할 수 있음을 알았다.
보름날 오후 다시 배에 올랐다. 선쑤는 여전히 그 널빤지가 무서워 입을 꾹 다물었지만, 발걸음은 그리 오래 멈추지 않았다. 구칭은 기슭에서 할머니가 가까운 쪽 끝까지 오기를 기다렸다가 받아 주었고, 뱃사공은 다른 쪽을 받쳐 주었다. 할머니가 단숨에 혼자 이겨 내야 하는 일로 두지 않았다. 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먼저 제 무릎을 만져 보고 곁의 단단한 기둥도 만져 보더니, 이 배의 나무는 앞서 탄 배보다 빛깔이 밝다고 했다.
새 배에는 거위가 없었다. 구칭은 뜻밖에도 아는 사람 하나가 빠진 듯했다. 저녁 무렵 배가 류완을 지날 때 강가의 아이들이 가는 장대를 들고 바람을 쫓아 달리고 있었다. 장대에 묶인 붉은 천은 자꾸 반대편으로 날렸다. 구칭은 넋 놓고 보다가 선쑤가 부르고서야 누군가 소금을 조금 빌릴 수 있느냐고 묻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첫날 찾지 못했던 그 작은 꾸러미를 꺼내 같은 선실의 부인에게 한 꼬집 덜어 주었다. 마침내 마른 옷 두 겹을 다시 헤치지 않아도 되었다.
열엿새 밤에 배는 느리게 나아갔다. 사공은 손님들에게 뱃전에 앉아 있지 말고 얕은 곳을 돌아 나간 뒤에 나오라고 했다. 구칭은 선실로 돌아와 앉아 배 밑의 물소리가 얕아졌다가 차츰 다시 깊어지는 것을 들었다. 할머니는 잠깐 눈을 붙였다가 깨어 이제 거의 다 왔느냐고 물었다. 구칭은 내일이라고, 물길이 순조로우면 내일이라고 답했다. 선쑤는 눈을 감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벌써 집이 조금 그립다고 했다. 그러고는 연꽃은 보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칭은 침상 발치에 앉아 조금 더 견뎌 보라고 권하지 않았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으니 집 생각은 하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미지근한 물을 건네고 할머니가 다 마시기를 기다려 그릇을 움푹 팬 나무 칸에 넣었다. 등 뒤 선실 창으로 네모난 밤이 조금 비쳤고, 강기슭 등불은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다. 배는 돌아가는 길이 아니었지만, 집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두 사람과 함께 하룻밤 더 남쪽으로 갈 수 있었다.
· 이 장 끝 ·
이 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창작했으며, 왕안석의 《梅花》(매화)와 이 사이트의 기존 단편 《不卖春风》(봄바람은 팔지 않는다)을 확장한 작품입니다. 인물, 상업 활동, 지리와 연대는 모두 가상이며, 시인의 전기가 아닙니다. 나무를 지키는 일, 향기 없는 비단꽃, 할아버지와 손자가 연꽃을 바라보는 원작의 핵심 선택을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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