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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손에 든 한 권

고풍 손기술·세태 장편

두 사람의 마당

쿠우지 · AI 창작 · 4203 자 · 약 11 분

샤오만이 옅은 금빛 꽃을 가지러 온 날 아침, 구칭은 꽃줄기에 앉은 먼지를 두 번 닦았다. 꽃받침을 풀어 속을 확인하지도, 견본으로 한 가지를 더 만들어 남겨 두지도 않았다. 샤오만이 가져온 좁은 상자에 꽃을 넣으며 요즘 일은 어떠냐고 묻자, 구칭은 예전보다 느리다고 답했다. 샤오만도 느리다고 했다. 새 모자 테두리를 조금만 비뚤게 만들면 한 바퀴를 다 뜯어야 했다. 두 사람은 문간에서 그런 실패담을 잠시 나눴다. 헤어질 때는 품삯을 치르던 날처럼 어색하지 않았다.

구칭은 돌아서서 할머니에게 보여 주려다가 방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았다. 아궁이에 놓인 죽은 아직 따뜻했고, 씻어 둔 그릇은 하나뿐이었다. 선쑤는 아무 글도 남기지 않았다. 아는 글자가 적었고 평소 밖에 나가도 골목 어귀까지가 고작이었다. 구칭은 먼저 우물가에 갔다가 천씨 집으로 갔다. 천 아주머니는 노인이 아침 일찍 천 보따리를 들고 나섰고, 지 아주머니 쪽으로 가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막 뒤쫓으려는데 소매가 아궁이 옆 빈 그릇 하나를 넘어뜨렸다. 그릇은 깨지지 않고 바닥을 굴러 장 밑으로 갔다. 몸을 굽혀 주우려 했으나 손을 넣어도 닿지 않아, 아예 장 전체를 끌어냈다. 뒤쪽에서 오랜 세월 쌓인 기름때와 거미줄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장 밑에는 낡은 구리 단추 하나도 누워 있었다. 아버지의 푸른 무명 적삼에 달렸던 것이었다. 그녀는 알아보고 주웠고, 손가락 끝에 끈적한 먼지가 한 겹 묻었다.

구칭은 작은 걸상에 앉아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할머니는 사람이 있는 곳에 갔다. 밖에 떨어뜨린 바늘처럼 당장 찾아와야 할 일이 아니었다. 구칭은 장 밑의 잡동사니를 조금씩 쓸어냈다. 부러진 부챗살, 반쪽짜리 대추씨, 돌처럼 굳은 밀가루 부스러기. 쓸어낼수록 그것들도 자기와 함께 오래 살아온 것 같았다. 저마다 숨을 자리도 있었다.

선쑤는 한낮이 다 되어 돌아왔다. 두시를 담은 작은 단지 하나와 회색 천 한 뭉치를 들고 있었다. 지 아주머니가 갈아 낸 천인데 가장자리는 아직 성해서 천 아주머니의 해진 베개에 덧대고 싶다고 했다. 구칭이 밥은 드셨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거기서 전병을 구워 한 장 먹었다고 했다. 구칭은 왜 자기를 부르지 않았느냐고 하려다가, 할머니가 겉옷을 벗으며 오른쪽 팔꿈치를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 천을 어디에 둘지 물었다.

“내 침상 발치에 둬. 자투리인 줄 알고 또 자르지 말고.”

구칭은 그러겠다고 했다. 그녀는 혼자 미지근한 죽을 먹었고, 선쑤는 부엌 문밖에 앉아 천의 묵은 실밥을 골라냈다. 따로 먹은 이 한 끼를 뒤늦게라도 한 식탁에 둘러앉는 자리로 만들려고 서두르는 사람은 없었다. 다 먹고 나서 구칭은 물을 가져오며, 장을 옮겼으니 뒤쪽 벽도 닦을지 물었다. 할머니는 아궁이 위는 손이 닿지 않으니 우선 두고, 아래쪽은 닦아도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오후 내내 일했다. 구칭이 걸상에 올라 그을음을 닦고 선쑤가 걸상을 붙들었다. 구칭은 할머니가 너무 오래 붙들고 있게 하지 않으려고 내려와 물을 갈았다. 그런데 할머니는 구칭이 돌아선 틈에 긴 솔로 가장 검은 틈을 닦으려 했다. 솔에 쓸린 먼지가 조금 떨어져 선쑤의 코끝에 내려앉았다. 두 사람이 동시에 재채기를 했다. 구칭이 먼저 허리를 접고 웃다가 제 신발 위에 물을 쏟았다. 선쑤는 웃는 꼴이 새끼 거위 같다면서도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

장 다리 높이가 맞지 않아 네 겹으로 접은 무늬 종이 한 장이 줄곧 밑을 받치고 있었다. 구칭이 꺼내 보니 뒷면에 어릴 적 그린 붉은 오리가 있었고 배에는 ‘青’ 한 글자가 삐뚤게 쓰여 있었다. 구칭은 몇 살에 그렸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할머니는 그때 붉은 물감을 살 돈이 없어 구칭이 문에 붙은 빛바랜 붉은 종이를 그릇에 담가 회붉은 오리 한 마리를 물들인 일을 기억했다. 그것을 품고 하룻밤을 자고 나니 다음 날 베개도 한 군데, 얼굴도 한 군데가 붉었다.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어?”

“안 그랬지.” 선쑤는 너무 빨리 대답했다.

구칭이 고개를 돌려 보자 할머니의 입꼬리가 먼저 풀렸다. “혼냈지. 또 만들면 종이를 주지 않겠다고도 했어.” 할머니는 옛 그림을 원래대로 접었다. “나중엔 네가 약 싸는 종이를 한 장 훔쳐다가 더 못생긴 걸 만들었지.”

구칭은 자기가 어릴 때부터 싹수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했다가 할머니가 젖은 천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게 만들었다. 구칭은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이마에 검은 자국이 묻어 손으로 닦았더니 문지를수록 넓어졌다. 두 사람이 부엌에서 나오자 마당에서는 고양이 한 마리가 말려 둔 솔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사람이 나와도 달아나지 않고, 방금 닦은 작업대 다리를 꼬리로 쓸고 지나갔다.

이월 보름, 구칭은 마당에서 견본을 만들었다. 꽃의 밑감은 쟁반 하나에만 펼쳐 놓았다. 할머니가 아직도 자기가 일하는 걸 말릴 거냐고 묻자 구칭은 고개를 들어 그 손가락 마디들을 보았다. 선쑤는 굵은 줄기 하나에 실을 절반쯤 감고 흔들어 보였다. “이건 할 수 있어. 검고 가는 꽃심은 잘 안 보여. 세 줄기 만들고 나서 칭냥한테 천을 갖다주마.”

“두 개만 하고 쉬어요.” 구칭은 말을 마치고 혀끝을 이에 한 번 댔다. “손이 차가운지 할머니가 봐요.”

선쑤는 고개를 숙인 채 계속 감았다. 구칭은 화로를 조금 가까이 옮기고 더는 개수를 바꾸지 않았다. 세 번째 것은 단단히 감기지 않았다. 노인은 손수 풀어 고쳐 놓았고 구칭이 내야 할 접시에 섞어 넣으려 하지 않았다. 다 하고 나서 세 개를 들고 예전에는 한 몫에 얼마씩 쳤는지 물었다. 구칭은 먼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 할머니가 같은 뜰에 살면서 손을 내밀어 돈을 청하다니.

구칭은 두 문을 세어 할머니 손 가까이에 놓았다. 선쑤는 사양하지 않고 자기 작은 돈 꾸러미에 꿰었다. 구칭은 집에서 쓸 돈이라면 원래 드려야 한다고 말하려다가, 돈 꾸러미가 아주 조금 길어졌을 뿐인데도 할머니가 방금 손수 완성한 물건처럼 들어 무게를 가늠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뒤로 할머니는 일하고 싶은 날에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일감을 몇 몫 맡고,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맡지 않았다. 하루에 얼마를 꼭 끝내야 한다고 정해 두지 않았다. 밥은 여전히 함께 먹었고, 쌀은 구칭이 맡아 관리하는 생활비에서 샀다. 그 두 닢으로 할머니의 화를 누그러뜨리거나, 자기를 키워 준 지난 세월의 빚을 갚는 건 아니었다.

오후에 선쑤가 나가고 나면, 구칭은 처음엔 문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 손을 두 번 찌르고서야 차츰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해 질 무렵이면 먼저 국수 한 그릇을 끓이고, 할머니가 돌아오면 한 그릇을 더 삶았다. 기다리는 동안 국수가 물에 퍼져 풀처럼 되게 두지 않았다. 선쑤는 무 반 토막을 가져오기도 하고, 빈손으로 돌아와 성 남쪽 그 집 딸이 시집을 가게 됐고 옛사람들을 다 만났다는 얘기만 하기도 했다. 구칭은 이야기를 듣고 나면 오늘은 연한 금빛 꽃이 드디어 구부려도 상하지 않았다고 일러 주었다. 장사가 잘됐다거나 안 됐다는 말만 하지는 않았다.

구칭도 어느 날 외출했다가 제때 돌아오지 못했다. 야오네 가게에 견본을 확인하러 갔다가 한 부인이 길 가는 김에 건조대를 보여 주었고, 둘이 이야기하다 시간을 잊었다. 화이 골목에 들어서고서야 날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먼저 할머니가 식은 아궁이 옆에 앉아 있을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문을 열자 볶은 두시 향이 났다. 선쑤는 작은 접시를 들고 아궁이 앞에서 자기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녀 몫의 밥은 솥 안에 덮어 두었고 밑에는 잔불도 조금 남아 있었다.

“늦게 온다는 말을 깜빡했어요.” 구칭이 말했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고 걸상 하나를 옮겨 자리를 내주었다. 그 일로 내일은 나가지 말라고 하는 일도 없었다. 구칭은 앉아서 된장콩 볶음 접시를 보았다. 잘게 썬 매운 무가 한 줌 들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싫어하던 맛이었다. 조금 집어 맛보니 매운 기운에 눈가가 붉어졌다. 선쑤는 얼른 물을 건네며 잘 먹는 척은 왜 하느냐고 웃었다. 구칭은 문득 어머니가 계실 때 집에 늘 이런 접시가 하나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아버지와 자신은 맵다고 싫어했고 할머니와 어머니만 먹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할머니가 따로 한 접시 볶지 않자, 구칭은 할머니도 이제 그 맛을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구칭은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고 작은 조각을 하나 더 집어 밥 가장자리에 조심스레 얹고는 조금씩 맛을 보며 먹었다. 이튿날 장을 볼 때도 같은 맛을 큰 단지째 사다 할머니 몫으로 쟁여 두는 대신, 지 아주머니에게 그 매운 무를 파는 노점이 며칠에 나오는지 물었다. 집에 돌아와 선쑤에게 자리를 알려 주자, 할머니는 아는 곳이라며 다음에 장이 서면 직접 가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창가의 대바구니에는 윤이 날 만큼 붉은 고추 하나가 파 잎 곁에 걸렸다. 바람이 불자 두 색이 저마다 가만히 흔들렸다.

열이렛날 두 사람은 또 한 번 다퉜다. 구칭은 할머니가 실 고르는 걸 도와주기로 했고 오후에는 그 실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자기 돈으로 작은 대나무 발을 사 와 한 각이나 들여 침상 옆에 시험 삼아 달아 보고 있었다. 창 아래로 드는 서쪽 햇볕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구칭은 한 장 발로 그늘 만드는 게 뭐 그리 급하냐고, 지금 견본을 서둘러야 한다고 묻고 말았다. 선쑤는 밥 먹고 실을 고르겠다고 했지 어느 끼니라고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말하고 나니 자신도 억지를 부린 줄 알았는지, 발을 든 채 예전에 아이가 종이를 함부로 물들이지 못하게 하던 때처럼 얼굴을 굳혔다.

구칭은 따질 말이 가득했는데, 할머니의 그 모습을 보고 문득 웃음이 났다. “할머니도 일 피할 줄 아네.”

선쑤는 대나무 발을 가로로 돌려 치수를 재며 조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이걸 먼저 걸고 싶구나.”

결국 구칭은 자기 눈에 가지런해 보이는 높이로 발을 달아 주지 않았다. 할머니가 가리킨 쪽을 받쳐 들고 조금 낮은 곳에 고리를 박았다. 발 끝이 창턱에 닿아 걷어 올릴 때 가볍게 걸렸지만 할머니는 이래야 손을 뻗어 닿는다고 했다. 다 달고 나서 할머니는 작업대 곁에 도로 앉았다. 구칭은 입구가 트인 작은 기름등을 하나 더 밝혀 주고 굵은 실을 두 타래로 나눴다. 가는 바늘을 담은 접시는 밀어 주지 않았다.

저녁 무렵 저우지핑이 지난번에 두고 간 치수 재는 끈 한 토막을 가지러 왔다. 문가에 서서 부엌 한쪽이 비어 있는 것을 보더니 장을 새로 들였느냐고 물었다. 구칭은 낡은 장의 먼지를 닦았더니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고 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자기 이마를 만지며 자기도 닦아 보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구칭이 말했다. “소매에 묻은 잉크부터 씻고 말해요.” 그가 내려다보니 잉크는 벌써 손등에 묻어 있었고, 이마에도 작은 자국을 하나 더 찍어 놓은 뒤였다. 창가에서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웃다가 실을 한 바퀴 잘못 감았다.

그가 가고 나자 선쑤는 저 사람이 동짓달에는 저렇게까지 너스레를 떨지 않더니 봄에 우산을 햇볕에 말리다 저리 되었느냐고 물었다. 구칭은 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꽃받침을 묶었다. 얼굴은 달아올랐으나 손길은 오히려 가벼웠다. 꽃잎이 겹겹이 펼쳐졌고 깊고 흰 눌림 자국은 나지 않았다.

열아흐레, 구칭은 새 견본을 담은 첫 쟁반을 마당에 내놓고 바람을 쐬어 보았다. 할머니의 대나무 발은 반쯤 내려와 있었고, 발 그림자가 꽃무늬 종이로 만든 낡은 오리 몸통을 가로질렀다. 구칭은 장 밑에 새 종이를 받치고 싶었지만, 선쑤는 헌 종이 두께가 꼭 맞으니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구칭이 종이를 단단히 밀어 넣고 손바닥으로 장을 꾹 누르니 네 다리가 모두 안정되었다. 부엌에 빈자리가 생겨 두 사람이 몸을 비껴 지날 수 있었다. 할머니가 국을 들고 들어오자 구칭은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섰고, 국은 한 방울도 쏟아지지 않았다.

· 이 장 끝 ·

이 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창작했으며, 왕안석의 《梅花》(매화)와 이 사이트의 기존 단편 《不卖春风》(봄바람은 팔지 않는다)을 확장한 작품입니다. 인물, 상업 활동, 지리와 연대는 모두 가상이며, 시인의 전기가 아닙니다. 나무를 지키는 일, 향기 없는 비단꽃, 할아버지와 손자가 연꽃을 바라보는 원작의 핵심 선택을 유지했습니다.

이 책의 목차 · 36 장
  1. 서늘한 향은 비단에 깃들지 않는다
  2. 흰 석회로 둘러친 자리
  3. 달 아래 놓인 가위
  4. 탁자에 오른 비단 매화
  5. 문은 다른 쪽을 향해
  6. 작은 돈 꾸러미 두 개
  7. 자리를 내어 만든 곡선
  8. 향기 없는 간판
  9. 반나절 품삯
  10. 꽃이 아닌 꽃
  11. 눈이 온 뒤 상자에 담다
  12. 한 가지에 얼마인가요
  13. 남의 집 섣달그믐
  14. 꽃철이 지난 뒤
  15. 종이에 이름을 찍다
  16. 따뜻하지 않은 밥 한 그릇
  17. 첫 납품은 다시 만들 수 없다
  18. 돌아온 상자
  19. 두 사람의 마당
  20. 빗물은 옛 도랑을 지난다
  21. 샤오만의 장부
  22. 우산 곁의 빈자리
  23. 손님이 원하는 봄
  24. 탁자에 남은 꽃
  25. 한 사람의 길
  26. 오월을 장사에 내주지 않다
  27. 꽃을 보는 사람
  28. 세 번째 돈주머니
  29. 여름에는 나무를 어쩌지
  30. 배에 오르기 전에
  31. 첫 물길
  32. 연잎은 아직 펼쳐지지 않았다
  33. 물 한가운데의 그 한 송이
  34. 돌아가는 길에는 꽃철에 쫓기지 않는다
  35. 매화나무의 여름 그늘
  36. 새 가지를 하나 더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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