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대풍 여정과 세상살이 장편
보고 나서야 쓴 답장
쿠우지 · AI 창작 · 4465 자 · 약 12 분
칭싱타이의 뒷문에는 극단 이름이 걸려 있지 않고 긴 사다리 하나만 거꾸로 세워져 있었다. 아자오는 사다리 발치를 돌아가다 젖은 옷을 들고 가는 여인과 부딪힐 뻔했다. 여인은 먼저 대야를 감싸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 “연극 보려면 앞으로 가요. 여긴 김만 나요.” 아자오가 량추를 찾는다고 하니 여인은 휘장 안으로 한 번 소리쳐 부르고 대야를 들고 갔다. 마당에는 빨랫대가 두 줄 있었다. 푸른 겉옷과 속옷과 땀수건이 제각기 다른 자리에 걸려 있었다. 과연 춘허 극단의 줄 하나처럼 온갖 것이 비좁게 몰려 있지 않았다.
아자오는 자기가 해 본 일을 한바탕 이야기할 준비를 했지만, 들어가서는 말할 틈이 없었다. 량추는 누군가의 어깨가 너무 조이는 옷을 뜯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두 사람도 양쪽을 하나씩 붙들고 있어 아무도 고개를 들 틈이 없었다. 량추는 아자오에게 손을 씻게 하고 얕은 접시를 건넸다. 먼저 뜯어낸 짧은 실들을 거기에 모아 달라고 했다. 아자오는 고개를 숙여 시키는 대로 하면서 량추가 먼저 겹 사이를 손으로 짚고 가장 안쪽 솔기 하나를 푸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소매를 통째로 떼어 낼 필요 없이 어깨 쪽 천이 갈라졌다.
그 옷의 주인은 옆에 서서 하품을 하고 있었다. 구밍보다도 젊은 남자 배우였다. 아자오는 그제 공연 안내문에서 본 이름의 주인임을 알아보고 손놀림이 조금 굳었다. 무릎에 떨어진 실밥까지 그에게 보일까 신경이 쓰였다. 그가 량추에게 언제 끝나느냐고 묻자 량추는 우선 밥 먹고 오라고, 여기서 남을 대신해 세 번째로 묻지 말라고 했다. 그는 웃으며 나갔고, 젊은 사람들은 곧 그의 하품을 두고 두어 마디 농담을 했다.
“저 사람이 무서워?” 량추가 불쑥 물었다. 아자오는 아니라고 너무 빨리 답했다. 량추는 그저 가까이 앉아 어깨에 댄 천을 만져 보라고 했다. 새 천은 매끄럽고 도톰했다. 손끝을 한 번 쓸어 보니 자기가 유월 내내 아껴 쓰던 안감보다 좋았다. 량추는 좋은 천으로도 옷을 망칠 수 있다고 했다. 무대에서 몸을 돌려야 하는 사람은 주역이든 대역이든 옷에 끼면 똑같이 아프니, 누구든 오면 어디가 걸리는지부터 말하면 된다고 했다. 의상실에서 한 대목 불러 보이며 자기를 증명할 필요는 없었다.
아자오는 예전에 구밍이 허 사부라고 한번 불러 주자 마음이 들떴던 일이 생각나 민망하면서도 웃고 싶었다. 량추는 계속 가르치려 들지 않고, 떼어 낸 숨은 단추를 원래 구멍에 맞춰 달아 보라고 했다. 아자오는 첫 바늘땀부터 어긋났다. 실을 뜯다가 바늘구멍 근처 천이 상할까 봐 손이 허공에 멎었다. 옆의 둥근 얼굴 아가씨가 얇은 조각을 건네며 밑에 대고 실을 들어 올리라고 했다. 그러고는 자기가 한쪽을 받아 함께 하면서 란팅 어디서 오매를 아낌없이 넣은 탕을 파느냐고 물었다.
그들의 손은 빨랐지만 모두가 량추만큼 빠른 것은 아니었다. 얼굴이 둥근 아가씨는 접시를 멀찍이 밀어 놓는 걸 자주 잊었고, 팔꿈치로 단추를 몽땅 떨어뜨릴 뻔했다. 아자오가 얕은 접시를 받아 주자 아가씨는 얼른 잠깐 가려 달라고 하고는 가장 작은 단추를 슬쩍 찾아 도로 담았다. 아자오가 마음속에 그렸던, 굳은 얼굴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큰 작업장의 모서리가 그 순간 한 귀퉁이 허물어졌다. 그 틈으로 자신과 닮은 사람들이 보였다.
한낮에 작업방이 잠시 쉬었다. 마당으로 사람 수에 맞춰 밥이 들어와 일꾼들이 저마다 부뚜막 앞에 줄을 설 필요는 없었다. 량추는 벽에 붙은 천 선반을 보여 주면서 한 달 품삯은 육백 문이고 한 달에 나흘 쉬며, 하루 두 끼와 함께 쓰는 잠자리를 따로 준다고 분명히 말했다. 서둘러야 하는 밤일은 횟수대로 따로 셈했다. 우선 한 달 일하고 양쪽 다 계속하고 싶으면 연장한다고 했다. 쉰청까지 가는 뱃삯은 극단에서 내고, 이틀만 와서 보고 가도 되지만 겨울까지 같은 자리를 비워 둘 수는 없다고 했다.
아자오는 육백 문이라는 말을 듣자 재빨리 속으로 셈했다. 두 달 치 뱃삯보다 많았고, 거기서 배의 널빤지를 고칠 품삯을 떼어 둘 필요도 없었다. 그 액수에 마음이 끌리지 않는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 량추도 작업장에 오면 단숨에 큰일을 맡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처음 몇 달은 주로 속옷을 만들거나 헌옷을 뜯어 고치고, 장마다 든 옷감을 알아보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다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먼저 가위질을 맡기지는 않았다. 손이 익으면 옷 한 벌을 만드는 일에 함께할 수 있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사람마다 달랐다. 가을 한 철이면 다른 호칭으로 불릴 거라고 장담하는 사람은 없었다.
“들어오자마자 옷 한 벌을 통째로 맡고 싶다면, 여기서는 그렇게 해 줄 수 없어.” 그녀가 말했다. 아자오는 루허냥이 자기 앞에 옷을 펼쳐 보이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량추는 또, 전에는 빨래밖에 할 줄 몰랐던 일꾼이 주로 손본 낡은 도포 하나를 보여 주었다. 안감 몇 군데에 여유를 둔 솜씨가 섬세했고, 그 일꾼은 이제 신입 둘을 이끌 수 있었다. 매번 배우를 직접 재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치수를 재는 사람과 옷을 만드는 사람이 전혀 만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입어 볼 때는 각 담당자가 모두 와야 했다.
아자오가 미리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 하나도 풀어졌다. 여기서는 사람을 바늘처럼만 부려 하루 종일 옷 입을 사람의 얼굴도 못 보게 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자오가 본 것은 오히려 여러 잡일을 미리 챙기는 사람이 있어 바느질하는 사람이 차분하게 일을 마칠 수 있는 곳이었다. 아자오는 자신이 따로 받아 온 일도 계속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량추는 쉬는 날의 바느질은 알아서 하되 공용 재료만 쓰지 말라고 했다. 밖에서 받은 일로 무리해 몸져눕고 이쪽 일에도 지장이 생긴다면, 작업방과 전혀 상관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밥을 먹은 뒤 아자오는 장면이 바뀔 때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한 번 보고 가게 되었다. 앞무대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의상방에서는 한 사람이 남은 대사 줄 수를 알리고, 다른 한 사람이 깃을 풀고, 또 다른 사람이 관을 받쳤다. 벗은 옷은 칸마다 표시를 해 둔 바구니에 놓았다. 아자오는 눈이 모자랐다. 연달아 손을 넘기는 그 순서를 다 기억할 수가 없었다. 작은 극단에서 더듬어 익힌 끈 푸는 법은 여기서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죽어도 풀리지 않는 단추도 하나 있었다. 량추가 쪼그리고 앉아 한참 더듬다 욕 한마디를 하자 아직 무대에 오르지 않은 대역 배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옷을 다 갈아입히고 나서 량추는 극단을 따라 란팅을 떠날 마음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자오는 바로 답하지 않고 오늘 돌아가 하룻밤 생각해도 늦지 않겠느냐고 했다. 량추는 몇 사람이 더 와서 일을 해 볼 테니 사흘 안에 답을 달라고 했다. 사흘은 인정으로 봐주는 기한이 아니었다. 작업방에서 인원을 보고해야 하니 먼저 확정되는 사람부터 셈에 넣을 터였다. 아자오는 나가다가 자기가 달아 놓은 숨은 단추 한 줄을 다시 살폈다. 두 개가 여전히 가지런하지 않았다. 량추는 그녀에게 직접 골라 보게 했을 뿐, 이 정도 일로 이미 합격이라고 말해 주지는 않았다.
밖으로 나오니 담 밑에서 더운 기운이 피어올랐다. 아자오는 길가에 잠시 앉아 매실 음료 한 사발을 샀다. 얼굴이 둥근 아가씨가 했던 질문을 떠올렸다. 마셔 보고서야 이 집 것은 정말 너무 달다는 걸 알았다. 당장 돌아가 샤오만에게 보고 왔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샤오만이 어땠느냐고 한마디만 물어도,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 좋은 점 몇 가지를 빼고 말할 것 같았다. 구밍이 자기 때문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또 조금은 기뻐해 주기를 바랐다.
마침 구밍이 새 극단에서 입어 보라고 빌려준 무대 의상을 안고 칭싱타이 옆문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그가 어땠느냐고 묻자 아자오는 품삯과 빨랫대, 망가진 숨은 여밈쇠 이야기까지 다 했다. 구밍은 자기 의상이 완성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그가 물었다. “그럼 겨울에도 한곳에 있을 수 있을까?” 아자오는 그 말에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음을 알아차렸고, 가슴이 먼저 한 번 뛰었다.
“가을 공연은 끝까지 해 보고 싶어.” 아자오가 말했다. 그는 겨울 이야기를 다시 묻지 않았다. 따라가겠다고 하면 환한 날들이 한동안 이어지리라는 걸 아자오는 문득 알았다. 일하고 밥을 먹고, 어쩌면 바느질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이도 있을 터였다. 그런 날들은 허상이 아니었고, 젊은 사람이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말만도 아니었다. 그래도 아자오는 루허냥이 그 옷을 입고 극 한 편을 끝까지 부르는 걸 제 눈으로 보고 싶었다. 체격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을 때 과연 자신이 치수를 제대로 잴 수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구밍은 무대 의상 보따리를 다른 손으로 옮겨 들고, 그럼 가을 공연이 끝난 뒤 다시 보자고 했다. 갈림길에 이르러 그는 앞문으로, 아자오는 작은 연습방으로 향했다. 몸을 돌리자 옷 보따리에 얼굴이 반쯤 가려졌다. 그는 아자오에게 다음에 자기 옷깃을 한번 봐 달라고 외치고는 곧바로 품삯도 치르겠다고 덧붙였다. 아자오는 웃으며 그러겠다고 했다. 거리에서 앞으로 몇 해를 약속한 사람은 없었지만, 헤어지는 걸음은 여느 때보다 한 걸음 느렸다.
그날 밤 아자오는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샤오만이 먼저 잠들고, 아성은 꿈결에 몸을 뒤척이다 책상 밑으로 발을 내밀었다. 아자오는 어둠 속에서 침상 곁에 떨어진 신 한 짝을 주워 놓았다. 그러고도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긴 잠자리가 이 작은 침상보다 넓지 않을까 자꾸 생각했다. 그다지 떳떳하지 않은 그런 생각도 그대로 두었다. 이곳의 좋은 점만 떠올리라고 자신을 다그치지 않았다.
이튿날 아자오는 칭싱타이로 돌아가 이번 길에는 따라가지 않겠다고 량추에게 직접 말했다. 량추는 조금 아쉬워했으나 아자오를 붙들고 온종일 차를 마시지는 않았다. 작업 명단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채워 넣었다. 그 자리에 정말 다른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아자오는 내려놓은 육백 문이 더는 종이 위의 비교에 그치지 않는다고 느꼈다. 나중에 다시 와서 물어봐도 되느냐고 하자 량추는 그래도 된다고 했다. 그때 일이 있으면 해 보고, 없으면 없다고 바로 말할 테니, 구밍에게 대신 약속하게 하지는 말라고 했다.
작은 연습방으로 돌아오니 가오서우청은 가을에 짧은 공연 두 차례를 더 넣을 일로 애가 타 있었다. 아자오가 떠나지 않는다는 말에 곧바로 한숨을 돌리고, 헌옷 네 벌을 우선 다 맡으라고 했다. 아자오는 두 벌만 받고 나머지 두 벌은 예전과 상의해 달라고 했다. 가을 공연 의상은 한 벌씩 입어 볼 날짜를 잡아야 하고, 갑자기 들어오는 잔일을 맡을 손도 남겨 두어야 한다고 했다. 겨울에는 평상복 일을 좀 받고 싶으니, 정해지지도 않은 공연을 전부 자기 바늘 끝에 미리 얹을 수는 없었다. 단장은 조금 못마땅해하면서도 옷을 입어 볼 날짜를 적었다.
저녁 무렵 예전이 그 옷 두 벌을 가지러 왔다. 아자오가 육백 문을 마다했다는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허벅지를 한 번 쳤다. “나라면 갔어.” 워낙 솔직한 말이라 아자오는 처음엔 조금 서운했지만 이내 웃었다. 예전의 가게 세는 배를 빌려주고 받는 돈으로 메울 수 없으니, 같은 선택도 그녀에게는 당연히 달랐다. 둘은 소매 천을 맞대어 보고, 일이 뜸한 달에 평상복 일감이 들어오면 한 벌씩 서로 넘겨주기로 의논했다. 누구를 위해 평생 빈 작업대를 남겨 두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자오는 새 장부를 꺼내 오늘 작업장에서 본 옷감 잇는 순서를 옆쪽에 먼저 그렸다. 남의 견본을 가져다 자기 것처럼 쓰지는 않았다. 본문 첫 장에는 한룽을 위해 여백을 넉넉히 남겼다. 그 사람의 어느 쪽 어깨가 낮은지 아직 몰랐다. 샤오만은 그녀가 책상에 엎드리듯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국 한 그릇을 가져다주었다. 그릇을 종이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놓고, 여기가 아쉬워서 떠나지 않는 것이냐고 묻지 않았다.
창 아래 빨랫줄은 여전히 비좁았다. 아자오는 두어 번 바라보다 가오만에게 내일 함께 줄 하나를 더 달자고 했다. 여기 남는다고 비좁은 빨랫줄까지 좋아해야 한다면 그럴 수는 없었다. 가오만은 좋지만 먼저 담 너머 사는 사람에게 못을 박아도 되는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작은 일이라고 또 아무 수고 없이 되는 줄로 여기지 말라고 했다. 아자오는 붓을 들어 적어 두었다. 마음속의 넓은 작업장은 여전히 밝았고, 이제는 자기 작은 작업대에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빛이 들었다.
· 이 장 끝 ·
이 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창작했으며, 장약허의 《春江花月夜》와 창작 단편 《등불을 빌려 배를 돌려주다》를 바탕으로 확장했습니다. 인물과 지리, 사건은 모두 가상이며, 원시를 번역하거나 풀어 쓴 작품 또는 시인의 전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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