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대풍 여정과 세상살이 장편
그 배표를 받지 않다
쿠우지 · AI 창작 · 4643 자 · 약 12 분
진 할머니는 돌아오는 배표 두 장을 사면서 자기가 또 남 대신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딸이 여름 일정은 나중에 정하자고 했으니 아직 정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었다. 먼저 여객선 편을 제대로 알아보고, 돌아올 때는 자기가 아이를 데려와 샤오만이 또 오가는 수고를 덜어 주기로 했다. 상차오에서 묵을 눅눅하지 않은 방까지 물어보았다. 이번에는 집에 앉아 머릿속으로만 빈틈없이 짜 본 계획이 아니었다.
등 가게는 아차오에게 닷새 동안 맡겼다. 스물세 살인 아차오는 지업사 대신 종이를 배달하곤 했고 등갓에 종이를 바르는 단기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친 할머니는 그동안 종이만 건네게 했을 뿐, 장에 든 잔돈을 실제로 맡긴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가지 않을 수 없어 평소 받는 값을 종이에 써 주고 열쇠 하나를 건넸다. 새 가격은 먼저 부르지 말고, 급한 손님이 있으면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게 하라고 당부했다. 아차오가 손님이 기다리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냐고 묻자, 잘 말하면 기다려 줄 거라고만 답했다.
칠월 십삼일에 란팅에 도착했을 때 친 할머니는 먹을 것을 두 꾸러미나 싸 오지는 않았다. 발 치수를 본 종이와 아이가 손에 익히도록 줄 가느다란 대오리 한 묶음만 가져왔다. 어머니가 또 온 것을 본 샤오만은 먼저 어머니 뒤를 살피며 이번에는 미리 말을 보냈느냐고 물었다. 친 할머니는 편지에 두고 보자고 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자기가 배편을 알아봤으니 아이가 좋다고 하면 모레 함께 돌아갈 수 있고, 이웃 거리 선생도 여름에 받을 아이가 아직 다 차지 않았으니 더 미룰 필요가 없다고 했다.
샤오만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 진 할머니는 딸의 그런 얼굴이 싫었다. 다시 누구에게 시집가라고 한 것도, 극단을 그만두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아이에게 공부할 책상 하나 마련해 주려는 것뿐인데, 왜 가까이 다가서기만 해도 잘못한 사람부터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소매에서 표를 꺼내 준비해 둔 일을 하나하나 설명하려는데, 딸이 먼저 종이를 누르며 왜 또 표부터 샀느냐고 물었다.
“네가 번거롭게 다니지 않아도 되잖니.” 그녀가 답했다.
“난 그 애를 보내겠다고 한 적 없어.”
친 할머니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문가에서 대오리를 구경하던 아성은 간다는 말에 곧장 고개를 들고, 외할머니 가게에 있는 그 새 등을 보러 가는 거냐고 물었다. 샤오만은 이번 열흘 동안 쓴 글자부터 가져오라고 했다. 아이는 글씨 쓴 종이를 가져오면서도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자기가 벌써 어느 쪽에 놓였는지 아직 모르는 게 분명했다. 가고 싶기도 하고, 가고 싶다는 한마디에 어머니가 언짢아할까 겁도 났다. 손끝으로 종이 가장자리만 만지작거리느라 정작 글씨 쓴 종이는 한동안 제대로 들지도 못했다.
샤오만은 아이 앞에서 더 다투지 않고 먼저 가오만을 따라 앞쪽으로 가라고 했다. 친 할머니는 외손자마저 눈앞에서 데려가 버리는 것 같았다. 그저 며칠 묵으라는 거라고, 네가 바쁘면 내가 돌볼 수 있다고, 그 뒤로 영영 안 돌려보내겠다는 것도 아니라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말을 마치자 딸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때 나 대신 일을 정해 놓았을 때도 그저 나를 위해서였으니 내 말을 끝까지 들을 필요가 없었느냐고.
친 할머니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누가 두 일을 포개어 보는 것이었다. 신발은 신발이고 글공부는 글공부였다. 이제 딸이 노래하는 것도 막지 않는데 왜 다시 십육 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나 싶었다. 막 그렇게 변명하려다가 샤오만이 표를 꽉 쥔 걸 보았다. 그제야 딸에게 두 일이 닮아 보이는 까닭을 알았다. 자기는 늘 일을 먼저 다 해 놓고 상대가 원하는지는 맨 마지막에 물었다. 상대가 고개만 끄덕이면 그 좋은 것들을 한꺼번에 다 받을 수 있다는 듯이.
친 할머니는 여전히 화가 나서, 이 나이에 여기까지 온 게 딸과 싸우기 위해서겠느냐고 했다. 말이 입 밖에 나가자 문득 여객선에서 정친이 자기를 따로 부축하지 못하게 했던 일이 떠올랐다. 남이 자기를 늙었다고 여길까 봐서였다. 다리와 발에서는 나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으면서, 거절당하자 얼른 나이를 내세웠다. 자신이 힘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딸이 하고 싶은 다른 말을 먼저 삼켜야 한다는 듯이. 표를 도로 받아 들었지만 손은 여전히 조금 떨렸다.
뒷방에 옷을 가지러 온 사람이 외할머니가 아이를 데려다 공부시킨다는 말을 듣고, 어른이 돌봐 주니 참 좋겠다며 아이 아버지가 없어도 보살펴 줄 사람이 없을 걱정은 않겠다고 무심코 말했다. 진 할머니는 곧바로 고개를 들고, 내 딸은 제 손으로도 아이를 잘 돌보며 내가 있어야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고 답했다. 그 사람은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멋쩍게 웃으며 나갔다. 진 할머니가 딸을 두둔한 말은 진심이었지만, 그 말을 들었다고 딸이 그 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방 안에는 여전히 거둘 수 없는 침묵이 한동안 남았다.
이때 아자오가 갓 말린 안감 한 조각을 안고 돌아왔다. 진 할머니는 양쪽 길을 다 아는 사람을 갑자기 찾기라도 한 듯, 네가 보기에도 그쪽에서 글을 배우는 게 더 마음 편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아자오는 바로 답하지 않고 천부터 마른 곳에 두었다. 그쪽은 그쪽대로 좋은 점이 있고 이쪽에서도 수업을 듣고 있으니, 자기가 샤오만 대신 아이를 넘겨 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할 수 없다는 말이 들리자 진 할머니는 또 한 차례 가로막힌 기분이었다.
그녀는 너희가 이제 한곳에 있으니 다 한쪽 편만 드는구나 하고 말할 뻔했다. 아자오는 그녀의 낯빛을 알아차렸지만 처음 왔을 때처럼 조심스럽게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이 표는 자기가 산 것도 아니고, 누구도 자기더러 대신 답하라고 하지 않았다고만 했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넘겨줄 끈을 거두러 갔다. 노인의 체면을 세워 주겠다고 자기도 감당하지 못할 앞날을 덜컥 약속하지 않았다.
친 할머니는 방 한가운데 서서 이틀 길을 헛걸음했다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이대로 가 버리면 앞으로는 정말 말을 꺼내기 더 어려워지리라 느꼈다. 샤오만은 마침내 아이가 글을 배우는 건 자기가 살피겠다고 했다. 나중에 류완에 갈 일이 있으면 먼저 물을 것이고, 갈 때도 자기가 데려다줄 거라고 했다. 이번에 표를 벌써 사 두었다고 해서 정해진 일이 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말투는 단단했지만 끝에 한마디를 보탰다. 어머니가 이왕 왔으니 밥은 먹으라고, 화난 김에 굶지는 말라고 했다.
그녀는 정말로 오기를 부리고 싶었다. 하지만 속이 비었고, 오는 길에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먹지 않으면 딸은 말로 꺼내지도 않은 서운함까지 또 살펴야 했다. 자리에 앉았지만 사발을 드는 손에는 아직 힘이 들어가, 그릇 밑이 나무에 닿아 소리가 났다.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아성이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친 할머니는 손에 힘을 빼고 아이에게 들어와 새로 배운 글자를 보여 달라고 했다. 아이가 정말 자기를 따라가고 싶은지부터 다시 묻지는 않았다.
그 장에는 ‘水’도, ‘木’도, 비뚤게 쓴 ‘舟’도 있었다. 아이는 선 선생이 한 호흡으로 아주 길게 불 수 있지만 자기는 아직 못 한다고 했다. 먼저 선생을 따라 글자를 다 읽고 나서야 그 두 음을 들을 차례가 온다고 했다. 친 할머니는 이곳이 무대 위나 아래나 늘 어수선할 줄 알았는데, 앉아서 다 듣고 보니 딸도 정말 아이가 정해진 시간에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주었다. 자기가 먼저 꺼낸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서, 류완에서 제 눈에 보이는 책상 하나만 못하다고 여길 수는 없었다.
열나흗날, 친 할머니는 아이가 일러 준 길을 따라 선 선생이 있는 골목으로 갔다. 먼저 뒷방에 들러 아이를 부르지는 않았다. 문 안에는 아이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아성이 종이 위의 ‘水’ 자를 짚다가 한 획을 잘못 짚었는데, 선생은 대신 읽어 주지 않고 스스로 다시 보기를 기다렸다. 창가에 피리가 있었지만, 들어서자마자 집어 놀게 하지는 않았다. 친 할머니는 문밖에 서서 한동안 지켜봤다. 손짓해 외손자를 불러내지도, 들어가서 자기가 외할머니라고 먼저 밝히지도 않았다. 아이를 어떻게 조용히 앉혀 글을 읽힐지 해 줄 말을 잔뜩 갖고 왔는데, 막상 이 순간에는 그 말을 해 줘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는 배표는 무릎 아래 눌려 있었다. 친 할머니는 정친을 찾아가 아이 하나가 빠지면 표를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정친은 내일 배에 오르기 전에 다시 인원을 확인하자고 했다. 아직 타지 않은 구간은 규정대로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상차오에서 잡아 둔 방의 예약금은 직접 가서 말해야 한다고 했다. 한 군데 더 들러야 한다는 말에 할머니는 다시 원망이 일었다. 이내 모두 자기가 앞서 마련해 놓은 일인데, 어찌 도리어 그걸로 딸을 제 방에서 미안하게 만들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친 할머니는 정친에게 샤오만을 아느냐고 물었다. 뱃사공은 안다며 몇 번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친 할머니는 그저 한담을 하는 듯, 아이가 여기서는 배를 따라다니는 일이 많으니 이따금 안정된 곳으로 옮겨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정친은 누구 대신 옳고 그름을 가려 주지 않았다. 쓰지 않은 작은 표를 뽑아내며, 아이가 직접 손에 인계되지 않으면 뱃사람도 골목에서 아이를 끌고 와 줄 수는 없다고 했다. 정친은 평소 물건을 받을 때도 맡길 사람이 직접 와서 확실히 건네야 받았다. 하물며 아직 엄마 곁에 있는 어린아이였다.
칠월 보름에 떠날 때 샤오만은 진 할머니를 선착장까지 배웅했다. 작은 꾸러미에는 아성이 외할머니에게 주려고 써 둔 종이가 들었고, 아이까지 데려다주지는 않았다. 진 할머니는 꾸러미를 받으며 다음은 어느 날이냐고 여전히 묻고 싶었으나, 끝내 자기가 길을 아니 배 옆까지 배웅할 필요는 없다고만 했다. 딸은 그 말을 다 따르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발을 단단히 딛고 나서야 꾸러미 모서리를 받치던 손을 놓았다.
이번에 류완으로 돌아갈 때 상차오의 방에는 진 할머니 혼자였다. 더 돌려받은 뱃삯을 침상 모서리에 놓고 곧장 세어 보지 않은 채, 작은 꾸러미부터 풀어 글을 보았다. 아성은 오늘 舟(배) 자를 알아본다고 썼다. 아래에는 그다지 배 같지 않은 배 한 척을 그리고 곁에 작은 등 두 개를 그렸다. 진 할머니는 한참 들여다보았다. 아이가 이번에 따라오지 않았다고 해서 자기를 잊은 것은 아님을 알았다. 그러면서도 딸은 말을 할 때면 늘 한 치의 여지도 남기지 않으려는 것 같아 여전히 화가 났다.
십육일에 가게로 돌아오니 아차오는 벌써 낡은 등 두 면을 기웠고, 친 할머니가 적어 둔 값대로 돈도 받았다. 친 할머니는 어째서 자기를 기다리지 않았느냐고 먼저 물었다. 아차오는 손님이 떠나야 했고, 종이와 뼈대를 어떻게 고칠지 모두 적혀 있어서 자기가 보고 알 수 있었다고 답했다. 보고 알 수 있었다는 말을 듣자 화가 딸에게서 이 임시 일꾼에게로 옮아붙었다. 자기는 며칠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어디서나 누군가 먼저 결정을 내려 버린 것 같았다.
아차오는 돈과 쓴 재료를 가지런히 놓고, 그저 앉아서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면 다음부터는 먼저 말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 등 수리는 맡지 않고 문만 지키겠다고 했다. 그녀는 친샤오만이 아니었고, 친 할머니의 딸이라는 이유로 말을 더 부드럽게 거둘 일도 없었다. 친 할머니는 탁자에 놓인 수리한 등 두 개를 바라봤다. 종이 면은 반듯했고 틀의 입구도 비뚤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나무라려던 말을 바꿔 어느 곳에 헌 대오리를 썼는지 들려 달라고 했다.
아가씨는 설명을 마치고 제시간에 돌아갔다. 품삯은 일한 날대로 받았고, 노인의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룻밤 곁에 남아 주지는 않았다. 가게가 조용해지자 친 할머니는 딸이 이번에 적어 준 여정의 날짜를 꺼냈다. 빈 종이도 한 장 꺼내 이제부터는 너희도 수고할 것 없다고 쓰려 했다. 붓을 들자 문득 그해에 했던 말이 눈앞에 떠올랐다. 돌아오지 않을 거면 이 집을 네 집으로 여기지도 마라. 십육 년을 사이에 둔 두 말이 실은 같은 마음에서 종이 위로 내려올 수 있었다.
친 할머니는 붓을 내려놓고 밥을 먹은 뒤에야 다시 썼다. 결국 자기는 잘 도착했고, 아이가 이번 열흘 동안 배운 것을 아직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면 사람 편에 두어 마디 전해도 좋다고만 썼다. 앞으로는 자기가 가기 전에 먼저 물어보고, 다른 사람 몫의 돌아가는 표부터 사 두지는 않겠다고 했다. 오는 길이 얼마나 고되었는지, 표 값이 얼마나 헛되이 들었는지는 종이에 쓰지 않았다. 아직 화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다. 다 쓰고도 하룻밤 눌러 두었다. 내일 아침 또 딸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 말을 반 줄쯤 덧붙이고 싶어질까 봐서였다.
잠자리에 들기 전 그녀는 뒷문에 새로 단 발을 보러 갔다. 돌려받은 푸른 천 반 폭은 이 자리에 꼭 맞았고, 바람이 불어도 이제 등종이에 곧장 닿지 않았다. 문고리를 걸고 진열장으로 돌아와 아차오가 쓰던 가는 대오리를 원래 상자에 넣었다. 마음을 놓겠다고 한 면을 뜯어 다시 만들지는 않았다. 종이 밑으로 아이가 그린 배의 앞머리가 반쯤 보였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눌러 펴고 잠시 앉아 있다가 작은 등잔을 불어 껐다.
· 이 장 끝 ·
이 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창작했으며, 장약허의 《春江花月夜》와 창작 단편 《등불을 빌려 배를 돌려주다》를 바탕으로 확장했습니다. 인물과 지리, 사건은 모두 가상이며, 원시를 번역하거나 풀어 쓴 작품 또는 시인의 전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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