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대풍 여정과 세상살이 장편
침상 널빤지 하나가 내는 소리
쿠우지 · AI 창작 · 4460 자 · 약 12 분
뒷방의 침상 널은 객점의 것보다도 좁았다. 그녀는 상자를 발치에 놓고 누웠을 때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지 먼저 가늠해 보다가 곧바로 손을 거두었다. 샤오만이 보면 들어온 첫날부터 남의 방이 좁다고 흉보는 듯할까 봐서였다. 하지만 아성은 벌써 널 곁에 서서 여기는 밤에 소리가 난다고 했다. 한 번 뒤척이면 밑에 있는 빈 북 받침이 덩달아 쾅 소리를 낸다는 것이었다.
아자오는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그 틀이 침상 널빤지 아래로 옮겨진 걸 보았다. 친샤오만은 위에 앉은 먼지를 털어 내며 아이에게 뭐든 나쁜 점부터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는 낡은 천 두 조각으로 부딪히기 쉬운 곳을 감쌌다. 손길이 어찌나 꼼꼼한지 지켜보던 아자오는 틀을 바깥으로 옮기면 안 되느냐고 도리어 묻기 어려웠다. 루정이 남긴 물건이었다. 지난번만 해도 의상 상자 옆에 있던 것이 자기가 들어오자 침상 아래로 물러나야 했다.
삼월 이십팔일 난팅에 닿았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이번에 여객선은 늦지 않았다. 선착장에서 걸어오는 길은 모두 낯익었고 난탕에 들어갈 때도 문 앞에서 누구 소개로 왔느냐는 물음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상자를 내려놓을 때가 되니 여인숙에 묵을 때보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는 침상이 좁아도 팔 문밖에 내지 않은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었다. 지금은 샤오만과 아이도 여기 있었다. 누구든 다리를 한 번 뻗으려면 옆에 사람이 있는지부터 살펴야 했다.
샤오만이 한번 누워 보겠느냐고 물었다. 아자오는 얼른 그럴 필요 없다며 이만하면 된다고 했다. 아성이 곧장 대신 누웠다. 발뒤꿈치가 마침 상자 모서리에 닿자 봐요, 난 이만큼이나 남아요, 하고 으스댔다. 아자오는 아이를 일으켜 세우며 네 다리가 짧아서 그렇다고 웃었다. 아이는 승복하지 않고 다시 다리를 쭉 뻗어 보였다. 샤오만이 달려와 진흙 묻은 신으로 침상을 밟지 말라고 했다. 방 안이 처음으로, 아자오가 그저 앉아서 일감을 건네받기를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정말로 들어와 사는 곳처럼 어수선해졌다.
방값은 한 달에 마흔다섯 문으로, 땔감과 물값은 그 안에 들고 밥값은 같은 솥에서 먹되 따로 나눠 냈다. 아자오가 돈을 꺼내자 샤오만은 밀어내지도, 이제 막 왔는데 뭘 그러느냐고도 하지 않았다. 돈을 다 세고 제 작은 주머니에 먼저 넣은 뒤, 침상 머리맡에 바늘통을 둘 만한 자리를 보라고 했다. 아자오는 돈을 주고받는 게 누군가를 난처하게 할까 봐 걱정했는데, 막상 이렇게 깔끔하게 받는 걸 보니 도리어 마음 한구석이 비었다. 돈을 넉넉히 가져왔으니 모든 불편함까지 돈으로 없앨 수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창가에는 문간보다 빛이 잘 드는 낮은 책상이 있었다. 샤오만의 신발 밑창과 대본, 아직 나누지 않은 실 꾸러미 하나가 그 위에 있었다. 아자오는 한번 보고는 제 종이를 어두운 쪽에 놓았다. 샤오만이 거기서 잘 보이느냐고 묻자 잘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바늘에 실을 꿰려니 눈을 조금 더 가까이 대야 했다.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와 실 끝이 자꾸 손가락 밖으로 달아났다. 아자오는 아까 성급하게 대답한 자신이 원망스러웠으나, 이제 와서 사실은 잘 안 보인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아성이 짧은 대나무를 안고 와 상자에 구멍을 뚫을 가는 쇠바늘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자오는 먼저 없다고 했다. 아이는 바늘통을 뻔히 보고 손을 내밀어 만지려 했다. 그녀는 통을 옮겨 놓고 쓰지 않은 가는 나뭇가지 하나를 주었다. 우선 이걸 대 보고 자리를 정하되, 정말 구멍을 내려면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가라고 했다. 대나무까지 눌러 쪼개 버리면 안 됐다. 아이는 썩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받아 들고는 침상 끝에 앉아 자기 팔에 대고 길이를 쟀다.
마당에서 구밍이 아자오를 불렀다. 허 사부, 새 천 보러 안 오느냐고 했다. 사부라는 말에 너무 빨리 고개를 드는 바람에 바늘이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져 옷 주름 속으로 들어갔다. 바로 옆에 있던 샤오만은 아자오가 두 번이나 찾는 걸 보더니 손을 뻗어 천을 눌러 주며 천천히 하라고 했다. 아자오는 그저 빨리 일감을 받고 싶어서 그랬다고 설명하려 했다. 말이 나오기도 전에 상자 가장자리에 걸쳐 있던 천 한 자락을 건드려 바닥에 떨어뜨렸다.
구밍이 가져온 푸른 천은 가오만이 방금 포목점에서 받아 온 것이었다. 헌 도포보다 윤이 밝았고, 털어 펼치면 찬 물을 닮은 빛이 조금 돌았다. 구밍은 천을 어깨에 걸치고, 류 서생이 이걸 입으면 정말 한 번 겨뤄 보러 가는 사람처럼 보이겠느냐고 물었다. 아자오는 고개를 숙여 천을 만졌다. 마을 이웃들의 옷을 고쳐 줄 때 만진 것보다 훨씬 고왔다. 입으로도 그렇다고 맞장구쳤다. 구밍은 웃으며 아자오의 보는 눈이 괜찮을 줄 알았다고 했다.
샤오만이 뒤에서 왔다. 아자오에게 보지 말라고 하는 대신, 구밍에게 헌옷도 가져와 같이 입어 볼 거냐고 물었다. 구밍은 당연히 가져온다며, 며칠 동안 후반부 동작을 풀어서 연습할 거라고 했다. 더는 류 서생을 기슭에 세워 두고 말만 하게 할 수 없었다. 샤오만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번에는 어느 대목을 더 넣고 싶으냐고 묻자, 그는 먼저 제대로 해 보고 나서 말하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푸른 천을 아자오의 손에 쥐여 주며, 자기가 소란 피우는 재주밖에 없다는 사람들 말은 듣지 말라고 했다.
아자오는 천을 안고 마음이 가볍게 들떴다. 그 말이 구밍이 자신을 특별히 높이 본다는 뜻은 아님을 알았다. 구밍은 아이를 달랠 때도, 손님의 비위를 맞출 때도, 루허냥의 욕을 그치게 할 때도 그런 말투를 썼다. 그래도 자기 차례가 되니 조금 더 믿고 싶어지는 걸 막기가 어려웠다. 아자오는 옷감을 작업대 곁에 놓았다. 처음으로 극단 공동의 천이니 함부로 잘라서는 안 된다는 생각보다, 새 옷이 완성되면 무대 위에서 몸을 돌리는 순간 얼마나 환하게 빛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녁밥은 작은 아궁이 곁에서 나누어 주었다. 가오서우청은 다음 공연에 탁자가 두 개 모자라 걱정하고 있었다. 아자오도 그릇을 들고 서 있는 걸 보고는 처마 밑에 앉으라고, 뜨거운 밥을 식을 때까지 들고 있지 말라고 했다. 아자오는 따로 밥집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먼저 안도했다. 가오만이 식비를 적는 작은 나무패를 가져오고서야 각자 치를 몫은 여전히 기록한다는 걸 알았다. 적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디 한 집에 돌아온 듯했던 그 온기에 숫자가 비치자, 그 온기가 참되면서도 마음 놓고 기댈 수만은 없는 것이 되었다.
샤오만은 밥을 다 먹자 노래 한 대목을 맞추러 먼저 앞쪽으로 갔다. 아성의 그릇에는 밥이 바닥에 조금 남아 있었다. 아자오가 상을 치우며 그 밥도 버리려 하자 아이가 얼른 그릇을 낚아챘다. 이따 먹을 거라며, 엄마가 밖에 사람이 왔다고 밥 먹는 걸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입으로는 그러면서 눈은 마당의 새 타악기를 향했다. 아자오는 그릇을 덮고 먼저 손을 씻으라 한 뒤, 부뚜막 곁에 놓인 빈 그릇 몇 개를 우물가로 옮겼다.
전에는 손님으로 왔기에 샤오만이 아자오에게 설거지를 시키지 않았다. 이번에 그릇을 안고 가자 샤오만은 마당 건너에서 밑이 갈라진 그릇을 다른 것과 포개지만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면 물이 여기저기 뚝뚝 떨어진다고 했다. 사양하는 기색 없는 말에 아자오의 손이 잠시 멎었다. 이제 막 돈을 냈는데 하룻밤 쉬고 싶다는 마음도 품기 어려워진 듯했다. 그러다 곧 그런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한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그릇을 안 치우는 데가 어디 있나. 설마 자기는 남이 모든 것을 침상 앞까지 가져다주길 기다릴 참이었나.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오니 아성은 벌써 책상 곁에서 글씨를 쓰고 있었다. 짧은 대나무가 종이를 누르고 있었다. 샤오만이 낮에 둔 대본은 아이 손에 밀려 가장자리에 걸쳐 있었다. 아자오가 손을 뻗어 도로 밀어 넣다가, 오래된 글씨 한 줄 옆에 자잘한 필체가 새로 더해진 것을 보았다. 함부로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배를 떠나보내는 대목의 사설에 자꾸 눈이 갔다. 글자만 보면 누가 누구를 기다린다는 말도 없는데, 노래로 부르면 마당의 모든 사람이 기다리게 할 수 있었다. 아자오는 예전에 샤오만이 아헝을 어떻게 연기했는지 몹시 궁금했으나, 물으면 옛일로 상대를 놀리는 것 같을까 봐 망설였다.
글씨를 쓰다 졸린 아이는 종이 위로 고개를 콕 떨구면서도 손에 쥔 붓은 놓지 않았다. 아자오가 대신 먹접시를 옮겨 주는데 마침 샤오만이 돌아와 보더니, 아이가 미적대게 두지 말고 제 손으로 치울 것은 직접 치우게 하라고 했다. 아자오는 거드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서운함이 다시 고개를 들어, 그저 먹을 엎지를까 봐 그랬다고 답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딱딱하게 나왔다. 샤오만은 잠깐 멈칫하더니 말을 잇지 않고 먼저 아이를 깨워 붓을 치우게 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따로 앉아 있었다. 밖에서 소리를 연습하는 소리가 오히려 방 안보다 흥겨웠다. 구밍과 루허냥은 몸을 돌리는 걸음을 맞춰 보고 있었다. 담 너머로는 다투는 것 같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이 함께 웃었다. 아자오는 도무지 바늘귀에 실을 넣을 수 없어 갑자기 굼떠진 손가락이 미웠다. 고개를 들어 보니 샤오만도 손가락 밑마디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 두 손도 자기 손보다 날렵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도 지쳤다는 걸 보았다고 해서 자신의 피로까지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로 여기기는 아직 어려웠다.
마침내 샤오만이 일어나 창가에 있던 실 꾸러미를 거두고 제 신발을 침상 머리맡으로 옮겨 작업대 한쪽을 조금 비웠다. 여기가 밝으니 낮에 옷을 만들 거라면 와서 하라고 했다. 대본을 눅눅하게 만들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다. 아자오는 대답하고 바늘통을 들고 건너갔다. 조금 전의 ‘잘 보인다’는 말을 그대로 돌려주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속에 든 말을 다 털어놓지 않았다. 다만 등불 아래 마침내 다른 한 쌍의 손도 놓일 자리가 조금 생겼다.
밤이 깊었는데 아성은 자지 않고 구멍을 다 뚫지 않은 대나무 토막을 불었다. 문지도리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샤오만이 그만하라 하니 한 번 멈췄다가 또 불었다. 새 침상 판자에 누운 아자오도 처음에는 짜증이 났지만, 아이가 몰래 더 작게 부는 소리를 듣자 도리어 웃음이 터질 뻔했다. 웃음을 참다가 몸을 움직이자 침상 밑의 빈 북틀이 덜컹 부딪혔다. 아이는 놀라 대나무를 이불 속에 쑤셔 넣었다. 두 사람은 어둑한 방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끝내 함께 웃음을 꾹 눌러 참았다.
샤오만은 웃지 않았다. 침상에서 내려와 북 받침을 만져 보고 낮에 제대로 싸 두지 않았나 물으며, 헝겊을 조금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아자오는 즉시 소리를 죽였다. 몸을 한 번 뒤척이는 일조차 낡은 나무 물건에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샤오만은 아자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이제 자라며, 내일은 새 옷 한 벌을 통째로 살펴봐야 한다고만 했다. 돌아서면서 아성이 차서 벗어 놓은 신발을 집어 침상 발치에 놓았다.
등불이 꺼지고 나서야 아자오는 푸른 옷감이 아직 옆방에 있고, 오늘 손으로 만져 보기만 했지 제대로 재어 보지는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구밍이 입어 보겠다고 했을 때 동작을 자세히 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허 장인’이라는 한마디에 벌써 못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들떠 버렸다. 방이 어두워지자 그 기쁨 아래 감춰졌던 불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치수를 적은 종이를 더듬어 꺼냈으나 어느 줄이 비었는지 기억으로 짚을 수 있을 뿐, 지금 채울 수는 없었다.
나중에 샤오만이 작은 등불을 다시 켰다. 내일 아침 급히 쓸 끈 하나를 빠뜨린 것이었다. 가위 소리를 들은 아자오가 몸을 돌려 자기가 할지 물었다. 이미 몹시 졸렸지만, 들어와 지내자마자 쓸모없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몸보다 입이 먼저 나섰다. 샤오만은 먼저 자라고 했다가 잠깐 말을 멈추더니 긴 실 한 가닥만 꿰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아자오는 일어나 앉아 옷을 걸치고, 그 작은 빛에 기대어 마침내 실을 바늘귀에 통과시켰다.
아자오는 바늘을 건네다 샤오만의 눈가가 붉은 걸 보았다. 사실 당신도 자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낮에 자신이 듣기 싫었던 재촉이 떠올라 입을 다물었다. 남은 실을 단단히 감고 새로 비워 둔 작업대 모서리에 자기 짧은 바늘을 놓았다. 창밖의 달은 벌써 처마 너머로 지나, 처음에 자리를 잡고 싶었던 밝은 곳에는 없었다. 그래도 탁자 곁의 작은 불빛이면 두 사람이 저마다 손에 든 것을 알아보기에 충분했다. 그제야 아자오는 내일 아침 눈을 떠도 자기 상자가 여기에 있으리라는 걸 실감했다.
· 이 장 끝 ·
이 책은 AI의 도움을 받아 창작했으며, 장약허의 《春江花月夜》와 창작 단편 《등불을 빌려 배를 돌려주다》를 바탕으로 확장했습니다. 인물과 지리, 사건은 모두 가상이며, 원시를 번역하거나 풀어 쓴 작품 또는 시인의 전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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